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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의적 언어에 관한 몇 시간의 단상

imaginerNZ 2007. 5. 2. 05:03

광의적 언어에 관한 몇 시간의 단상[060716] -집필 중


  말은 마음의 다변적인 표현수단이나 어떤 광의의 언어도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람끼리 말을 통해서 각자 마음을 표현하고 서로 의사소통을 할 때 대부분의 경우에 그것은 명료함의 오류에 기대어 왜곡을 통해  서로 이해하면서 동시에 오해를 주고 받는다. 언어가 마음을 표현하고자 할 때 언어 자체에 내재된 애매모호성[ambiguity]은 예술의 표현방식인 암시성으로 작용하면서 동시에 극복할 수 없는 장애요소로 작용한다. 그러한 표현과 의사전달의 와중에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한 매개적이며 확정적인 명료성에 기대려는 확대경의 의도에 매인 것이 인간이다.

 

   “언어는 인간이 만든 것 중에 통시적으로 가장 긴 시행착오의 발명품이다.” 이점에서 사람의 밑바탕이 생물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X를 Y로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나 가능성에 기대를 걸 수는 있다. 굳이 이르자면 말은 마음이 어쩔 수 없이 위탁하는 ‘내적 표현의 가능성의 중심가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의 체계화에 표현의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람과 말과 마음의 교집적인 공통관계이다. 그 공유하는 부분만큼만 우리는 서로를 헤아릴 수 있다. 또한 이점에서 대해서만 우리는 언어의 정확성에 관해 논할 수 있다.

 

   언어는 마음에 양날의 칼로 작용한다. 그 칼의 한 쪽 날은 더없이 예리하나 다른 쪽 날은 매우 무디어 겉으로 보아 날로서는 무용하나 그것에 배어 있는 주술적인 상상력이 빚어내는 암시의 효력을 발휘한다. 무딘 날은 예리한 날이 벨 수 없는 곳을 베지 않으면서 거뜬히 베어낸다. 언어는 원래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나 실제로는 마음의 기원[念願]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 필요했기 때문에 생겨났다. 언어의 발생원인인 마음의 기원 중에 첫째는, 동일한 생물학적인 특성에 더구나 동일한 발성기관을 갖추고 있는 동종의 인간과 마음을 소통하고자 하는 기원이다. 둘째는, 동종인 인간이외에 수많은 대상들,-주위의 생물과 사물들-에 대한 인간중심적인 욕구의 실현을 바라는 마음의 기원이다. 셋째는 두렵고 불가사의하며 거대한 자연발생적인 현상의 종식 또는 최소한도로 규칙적인 발생을 바라는 기원, 즉 신성에 대한 기원이다.

 

   삶이 그러하듯이 효율적인 삶의 수단인 언어도 한계와 가능성의 쌍방향 사이를 진자처럼 오가고 있다. 하나의 추가 진자운동을 할 때 그 운동성은 하나의 추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그 추와 함께 하는 모든 것의 운동성이며 세계는 그 운동성에 의해 결정되는 오류와 마주하게 된다.  이것이 인지능력의 한계이며 인간이 자칭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나 상상 외로 썩 지혜로운 존재는 아니다. 뿌리에서 나온 것들이 뿌리를 극복할 수는 없기 때문이리라.

 

   언어도 또한 그러하다. 언어는 인간의 마음에서 나왔다. 언어의 최대약점은 생물학적인 기관들이 인간의 필요에 의해 진화적으로 최효율화 하면서 생겨난 것이다. 생물학적인 발성기관들이 진화적 발달을 거치며 언어구사에 긴요한 여러 기관의 부분들끼리 보다 서로 긴밀하고 상호적응하는 관계로 미세화하며 협동을 강화하고 때로 일정한 기능을 공유하고 그 기능들이 가속적으로 관성화하고 마침내 여러 흐름이 하나의 물길로 합수하듯이 전체적으로 유연화한 일관성을 이루고 발성의 체계화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생성되었고 그 결과 효율적인 상호소통의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러한 언어의 발달과정은 기능적인 면에서 물이 물길을 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정해진 지형을 토대로 실개울이 모여서 작은 개천을 이루고 개천이 모여서 거대한 물살이 흐르는 강을 이루는 것과 같다.

 

   생물학적인 발성기관들의 최효율성이 언어의 근본인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어떤 최선의 언어도 불가피한 한계가 정해져 있어 자체의 최효율성의 범위 내에서만 자유스럽다. 더구나 언어는 광의적으로 보아도 표현수단이 발성이든 물감이든 악기이든 그 수단에 고유한 물성적인 토대를 통해서 인간심성의 근원으로부터의 초월성이 원천적으로 배제되어 있다. 만일 어떤 특이한 인간을 통해 언어가 자기초월을 의도한다면 그것은 아무리 전력투구를 하더라도 겨우 자신과 세계를 향한 거대하면서도 작은 암시에 불과할 것이다.

 

   언어의 근원인 인간의 마음을 상대적으로 온전히 표현하려는 것은 학문적인 논리가 아니라 시와 예술이다. 그런 점에서 시와 예술작품은 심정표현의 지난함과 기질적 결벽증이 낳는, 독립적 분자의 운명을 타고난 ‘미완성의 결정체’이다.

광의적 언어의 모든 극(極)은 우주자연과의 극(隙)이며 그것은 인간의 극(劇)으로 귀결된다.

결국 모든 신화에서 예술은 출발하며 예술은 신화에 접근하려는 마음의 모자이크들이며 신화는 마음의 우주를 그려놓은 지도이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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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 -사람이 별밤하늘을 향해 내뱉는 모든 발성의 합성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