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인생과 사랑 시

옛날 이야기[An Ole Tale]-퇴고 중

imaginerNZ 2007. 4. 4. 06:31

 
 
옛날이야기[An Old Tale] -돌아가신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엘리엇 킴
 
옛날 옛날에 아주 머언 옛날에
호롱불 아래
*면경에 바라 참빗으며
아득히 멀어 얼굴이 *감은
할마니에 할마니에 할마니가
손주에 손주에 손주 머리맡에
이야기 주머니 한 봇 풀어놓으셨네.
 
*노룻이 잠결
아득히 멀어 얼굴이 감은
할마니에 할마니에 할마니가 들려주는
옛날 옛날에 아주 머언 옛날 이야기는
듣고 듣고 또 들어도 메아리 가마귀 날고

(처마 너머 *굴묵연기 산산이 흩어지고)
 
선녀 나리듯
선녀 나리듯
함박눈 펄펄 마당에
 
*새짚 밟아 가 듯
새짚 밟아 가 듯
가분 가분 멀어지며
 
옛날에 옛날에 아주 머언 옛날에 들려오는
할마니에 할마니에 할마니에,
*삼방 아래 도채비 이야기 듣는
구들방 아랫목에 이불 속
*휑두린 얼굴들은 못내 곰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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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경 :화장거울
*노룻이(아래 아 발음 포함) : 나른하게
*감은 : 검은 
*굴묵 : 제주도 사투리. 벽 하나 두고 아랫목 밖에 이웃한 땔감(주로 잔가지, 새, 보릿겨 따위) 보관소 겸 난방용 아궁이가 설비되어 있는 곳 
*새 : 탐라의 들녘에 날촘히 나는, 가는 억새의 일종. 짚웅을 이는 데에 주로 쓰이며 호우에 대비해 마당에도 깔아 놓는다.
*삼방 : 대청마루
*두린: 제주도 사투리. 어린, 뭇 것에 익지 않아 쉬이 두려워하는 /휑두린: 불가지(不可知) 섞인 두려움에 찬 어린아이의 휑한 눈과 표정. 어른들도 가끔 돌발적인 사태나 경외감 혹은 죽음 가까이에서, 그와 비슷이 짓는 눈매에 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