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H Choi님께 감사드립니다 한 송이 들꽃을 바라보며 Looking At A Wild Flower 참된 시(詩)란, 현존이나 실체에 대한 대응적 표현이 아니다 예(藝)의 문제도 아니다 도(道)의 문제도 아니다 시(詩)란, 인간의 정신에 관한 어떤 분류에 속하지 않는다 이 작디 작은 지구의 자연 안에 그리고 그 너머 끝없이 광활한 우주에 잠겨 살아생전에 한 생명이 절로 헤는 어떤 독자(獨自)의 마음짓이다 그것은 한 인간의 모든 내부적 자질의 순간적 희원의 총화와 같은 것이다 그것은 존재의 본원을 향한 독자(獨自)의 잠재적 기질이면서 동시에 극적으로 고양된 인간의 근원적 공통자질의 우연한 잠깐 엿보기에 불과하다. 그 점에서 시(詩)란, 인간 중심성에서 자연스레 떨어져 나간 아득히 옛스러운 화편(花片), 먼동에 물 드는 노을이 담겨 있는 풍경에의 침잠과 같다 어떤 시인이 쓴 모든 시들은 그 자신의 총화에 이르지 못 한다 아무리 치열하게 부단히 노력한다 해도 자신의 잠재적 총화는 실현되지 않는다 시인이 단 한 편의 시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쓰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시(詩)란, 인류의 정신문명에 개성적으로 기여하는데 머무르지 않는다 인류정신을 에두르는 지평을 극구 개척하는 것만도 아니다 어느 한 절세시인이 추구하는 잠재력의 극치도 아니다 시(詩)란, 우주적 순간에 사람이 사람의 꽃이 되려는 선결적 희원(先缺的 希願)이다 그것은 사람의 꽃이 되고자 하는 은은한 정결함과 고고한 열망과 무한한 동경과 기타 모든 부수적 뿌리감정의 총화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완전히 피어나지 못 할 운명을 지니고 태어나 개화가 최절정에 도달하기 바로 직전에 올연히 멈추어 버리는 사람의 꽃이다 인간의 어떤 시예(詩藝)도 저기 아무렇지 않게 스스로 한껏 피워낸 한 송이 들꽃에 미치지 못 한다 어떤 인공의 조화나 DNA를 조작한 개량종 꽃이 사람의 손길이 내부에 닿지 않는 한 송이 들꽃보다 아치엇블 수 있을까? 어떻게 저리도 아득히 눈 멀도록 신령한 아름다움을 지닐 수 있을까? 어떻게 작디 작은 생명이 일체시공이 숨 막혀 저리도록 저리도 순박하고 정결하며 우아할 수 있을까? 어떻게 주위의 모든 것과 자신을 가녀린 두 손에 한데 모아 기도하듯 저토록 애틋이 피어날 수 있을까? 사람이 주어진 삶을 사언행하며 살다, 길을 가던 중에 문득 한 송이 들꽃을 보고 우주의 망각에 홀연히 빠져 든 채 시공(時空)의 어느 결에 무상히 멎어 웬지 모를 애틋하면서도 두려운 첫신비로움 지나 슬픔 너머 끝을 알 수 없는 그리움에 젖어들 수밖에 없음은 결국, 사람이 일생에 도를 깨우치려 함은 사람이 꽃다워지려 도를 닦고 예를 한다하나 꽃은 다만 꽃으로 피어날 뿐임이리니 어떤 처세에 어떤 연구에 어떤 철리에 어떤 기도에 어떤 예(藝)에 어떤 도(道)도 사람의 사언행 이전에 만유일체의 정중동에 흐르는 듯 한데 머물러 이승의 바람결에 하늘거리는 한 송이 들꽃의 춤사위에서 기후 없어 깊이 모를 그 무한정적(無限靜寂)의 한 가운데에서 채우거나 비움 없이 다만 무심코 깨달아 열릴지니. (201112091641 엘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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