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인에게 주는 조언 -3 (대자연에 침잠하라)
자연에 침잠하라
자연과 하나가 되면 대하는 모든 것들에 사소한 분별이 없어진다
마음에는 분별을 하는 유전적 습관이 배어 있다
사람의 심신은 생존에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이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그대가 생존에 매달리는 개인의 처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때부터 그대는 자연으로 스며들어가고 있다
마음보다 몸을 먼저 자연에 내맡기는 것은 죽음이 낳는 가장 큰 불운이다
사소함에 빠져 인생을 산 사람은 죽는 과정에서 살아온 삶이 가장 불행할 수 있고,
당사자는 이 점을 영원히 알지 못한다
살아서나 죽은 이후에도
어떤 원소의 재조합 속에서도
인류사적으로 진솔히 말해,
시와 예술은 삶에 대해서만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삶에 짙게 드리워진 죽음에 대한 인식과 이해없이 예(藝)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진솔하고 고결한 생명행위인 '예(藝)'의 본질은 독립적인 삶이나 자연 그 자체가 아니다
예는 차라리 한시적인 생의 기쁨이나 위안이나 행복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끝없는 고요의 바람결 속에 그저 담묵히 바라본다
시와 예술은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배어 있어 더욱 생생한 삶과
삶이 현상적 무생의 바탕에 무성히 자라는 식생들과 그 사이에 살아 숨쉬는 동물들,
이 삼자가 어우르는 자연 속에서 삶이라는 현상을 더없이 생생히 교감하는 데에서 태동한다
그러니 오직 삶에만 집착할 필요는 없다
삶 역시 자연현상의 일부요, 사람도 자연의 품안에서 살아가야 할 태생적 운명의 자연질이니,
어머니 대자연의 품에 안기는 것이 삶이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임에
다만 삶이라는 협심의 병고에 짐짓 매달리지 않도록
다만 자연에 침잠하라
달도 없는 별밤하늘빛 아래 고욱히 어두운 숲의 침묵과 그 너머로
영생을 바라보며 노래하는 예(藝)의 길은
어떤 경계도 없이 고적한 나래를 펴고 있다
삶이라는 우주의 꿈 속 아득히
(201105250746 엘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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