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시론

문예인에게 주는 조언 -4 (미완성에 대하여)

imaginerNZ 2011. 5. 25. 04:01

문예인에게 주는 조언 -4 (미완성에 대하여)

Advice To Poets $ Artists -4 (On Incompletion)

 

 

 

사람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완성(完成)이다

내가 겪은 하나의 예를 들겠다

이 블로그에 들어오면 맨처음 들리는 베토벤의 곡이 하나 있다

내가 글을 쓰러 혹은 읽으러 들어 오면 바로 이 곡이 흘러 나온다

아마도 나는 수백 번은 족히 이 곡을 무심하게 들었을 것이다

베토벤은 음악적 완성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사람들은 믿고 있다

내가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들으면서 동시에 느꼈던 완성도에 대한 직관이 있었고

수백 번 들은 후에 문득 이 작품의 완성도에 대해 직관해 보았다

이 곡은 완성의 경지에 막 도달하려 하다가

마치 어떤 척력에 의해 밀려나는 듯이 멀어지고

멀어져서 느슨해졌다 다시 어떤 인력에 의해 당겨지는 듯 다가서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런 현상은 시시때때로 각기 다른 혹은 비슷하게 반복적으로 시간차를 두고

어떤 경지에 다가서다 멀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런 현상에 대한 숱한 청취 후의 직관은 난생 처음 들었을 때의 직관과 거의 차이가 없었고

다만 더 가파르게 단정적인 느낌을 동반하고 있었을 뿐이다

직관은 오직 직관을 낳는다  

 

둘째 도(道)다

구도하는 종교인이나 무위자연을 지향하는 사람들은 정신의 통일로 신성 또는 우주자연과 합일하려는 부단한 노력을 한다 

사후에 도를 구할 수는 없기에 살아생전에 부단히 구도와 명상을 하는 이들에게는 어떤 결과가 주어질 수 있는 것일까?

그들이 신이 되거나 우주자연과 하나가 되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그러면 그들이 우주자연의 광막한 시공에서 인생이라는 이토록 짦은 찰나의 명멸 중에 얻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런 각고의 노력에서 얻게 되는 최종적인 결실은 다름없이 마음에 먼동처럼 가득 차오르는 듯 노을처럼 가득 비어 가는 듯한 오로지 화평감이다

어떤 것에 집착하거나 의존하거나 구애받지 않는 마음의 화평감, 즉 짧디 짧은 생의 대체적 위안과 지속적인 영혼의 안식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덧 소리없이 심신에 영구적으로 배어들어 우주자연에 침잠하는 느낌, 우주의 시공역 안에 화평감이 그들이 얻을 수 있는 전부이고 전무라 할 수 있다

그들이 살아생전에 추구했던 극도로 정화된 심신은 살아 있는 인류의 기억 속에 심신정화의 표본인 순수영혼으로 길이 남겨진다

 

셋째는 신(神)이다

어떤 종교에든 신성이 있고 교리가 있고 신자가 있다

그리고 과학적으로만 판단해도 신은 현실에 현현하지 않는다

신성은 인간세상을 주재하나 어떤 경우에도 개입하지 않는다

신성은 인간이 선함을 추구함으로써 신성의 영역에 들도록 직접 가르치거나 나서지 않는다

그러나 신성은 현상적으로 실재하는 데 그 방법은 단 한 가지다

이런 신성의 유일하며 가장 근접한 대리적 매개체는 인간 뿐이다

신성은,

인간을 통해서 세상에 존재하고 있고

인간을 통해서 뜻을 전하며

인간을 통해서 인간이 스스로를 구원하도록 노력하게 한다

신성은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신성은 가장 고귀하고 완전무결한 상태로 어떤 형상도 없이 인간에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직관적 발설에 대해

집단적으로 사정없이 지탄하거나 히스테리적인 거역반응을 일으키는 종교집단이 있을 수 있고

인류의 한계와 가능성에 대한 자연스런 직관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거나 말없이 미소 지으며 받아들이는 종교집단이 있을 수 있고

사색가능한 하나의 설로 여겨 포용적으로 대할 수 있는 종교집단이 있을 수도 있다

 

아마도 나는 전자에게 할 말이 사천대천세계에 이미 없었던 듯하고

후자들에게는 위에 쓴 글이 할 말의 전부라고 한 마음에 전하고 싶다 

(201105250349 엘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