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시론

문예인에게 주는 조언 -2(진정한 재능은 백지상태를 사랑할 뿐이다)

imaginerNZ 2011. 5. 25. 02:07

문예인에게 주는 조언 -2(진정한 재능은 백지상태를 사랑할 뿐이다)

 

인간정신의 구극에 도달하는 창작은 여타의 창의성을 상대적으로 시들게 하는 경우가 압도적이다

특히 음악분야에서 그렇다

왜 그럴까?

명곡을 여러 번 듣다보면 이 점을 가감없이 느낄 수 있다

이 점에 대해서 나는 설명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니 직접 느껴보기 바란다

 

명곡은 자주 들을 필요가 없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두 번 들으면 족하고 듣지 않아도 무방하다

신선함을 유지할 수 없도록 자주 듣는 것은 타성에 젖어 들기 십상이어 작곡의 취지에 어긋난다

아주 가끔 언제였는지 확실한 기억은 없으나 들었던 듯한 느낌으로 듣는 경우는 신선함의 회복이라 괜찮다

어떤 명곡도 타인의 작품은 자신만의 재능과 거의 상관이 없다

 

본격적으로 발현되는 재능은 자기분야의 걸작품에는 무심하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무의식적으로 그 작품에 지배되어

영혼이 맑아지는 듯 탁해지고 마음은 위압되어 협량해지며

이런 정신상태가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죽을 때까지 갉아 먹을 수 있다

재능은 있었으되 진정한 창작을  하지 못한 사람은 

결국 손때에 반지르르하여 옛멋스런 등나무 지팡이와 같은

노풍스런 명예와 찬사에 무의식적으로 의탁하게 된다

그는 살아생전에 단 한 번도 절대고독하지 못했다

 

서양음악에서 바하나 모짜르트나 베토벤을 능가하는 작품이 나오지 않는 현상은

물질문명의 발달과 만인의 대중화 교육과 경제제일주의 등의 요인이 정신에 크게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나,

이런 사회적 현상이 창조적 혼신분야인 문학이나 예술에 속속들이 침투하여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나 그게 결정적인 요인의 전부는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위대한 걸작들의 인간능력의 한계를 넘나드는 장엄한 찬미성이 반복적 주술의 마력으로

진정한 재능의 싹을 자르거나 길들이거나 하는 조화를 부리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그들 이후의 음악가들은 유리온실 속에서 키워지는 식물의 신세와도 같은 셈이다

재능 있는 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려거든

번잡한 도시의 거의 밀폐되다시피한 공간에서 재능을 키우려 애쓰기 보다는

창밖에 푸르른 강산이나 아름다운 자연정원이 펼쳐지는 곳에서 배우게 하라

여건이 안 되면 파도소리에 감싸여 있는 한적한 섬마을의 바닷가나 

차라리 갈매기 우는 무인도에서 순박한 아이에게 음악을 지도하는 것이 훨씬 낫다

사견으로, 어정쩡한 비평가나 지도하기에 맞는 정도의 창작인이 되는 것보다 차라리

농부나 어부나 생업인이 되는 게 후대에게 존경스럽고 얼마나 더 착하고 소박하고 자연스러운가? 

   

천부적 재능은 자기자신을 구현하기에 여념이 없어

타인의 작품에 별로 귀를 기울이지 못한다

훌륭한 타작은 심리적인 동기부여가 될 수는 있으나

초심자가 아닌 경우 거기에서 배울 것은 많지 않아 득보다 실이 압도적으로 크다

 

진정한 재능은  자신이 채울 백지상태를 사랑할 뿐이다

(201105250137 엘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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