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당신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현실적인 균형감을 상실하게 되었다. 그 상태에서는 어떤 의도가 작용하지 않는다. 의도는 삶이라는 현실 속에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 나는 단지 '모든 것으로부터의 자유와 화평'을 원했을 뿐이다. 어떤 세속적인 계기도 나에게 영향을 주거나 무의식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언한다. 마치 사람이 사회와 인생을 벗어난 이후에 세월이 웬만큼 흘렀을 때, 그러하리라는 느낌이 들었고 동시에 그 상황이 공기처럼 나를 둘러싸면서 동시에 이 심신 내부의 구석구석까지 모든 모세혈관의 줄기 하나하나의 끝까지 모든 신경다발에 줄기 하나하나까지 남김없이 들어찼다.
아! 나는 그 당시에 얼마나 많은 술을 헛되이 마시고 마음의 산맥 안 용암 속 깊이 열정에 끓어 넘쳐 올랐던가? 열정은 열정을 끝없이 낳을 뿐.
그 열정은 세월의 바람에 실려 어데론지 사라져 갔고 이제 오직 하나의 온전한 시간성 속에 어떤 정신의 고개짓도 어떤 영혼의 나래짓도 없이 호흡 하나하나 적혈구 하나하나까지 이 상태에 머무르고 있으니
그것은 부상하거나 침잠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한없는 부유 속에 일체무연하여 선선히 아름다우니, 다만 우주자연 속에 한 영혼이 이를 데없이 장구하여 화평하기까지-. |
'엘리엇 킴 작품방 > 편지글(서한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여수 님의 답글에 대한 답글 (0) | 2010.07.20 |
---|---|
피상화된 도덕으로부터의 자유 -KBH에게-20080514 (0) | 2010.05.29 |
유스티나님께-20080302 (0) | 2010.05.29 |
유스티나님께-20080221 (0) | 2010.05.29 |
무심-1(MInd In Nothing-1)- 화가 P에게 (0) | 2009.1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