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수상록·에쎄이

인류음악에 대한 우주적 단상 A Simple Universal Thinking on Human Music

imaginerNZ 2009. 12. 11. 04:41


인류의 음악에 대한 우주적 단상(A Simple Universal Thinking on Human Music)
-Elliot M. Kim(200912110450)

광막한 우주에 속속들이 스미어 있는 침묵은
우리에게 영원한 미래의 강역이다.
그 점에서 우주는 찰나적 현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면서
모든 생명의 역사와 그 활동을 궁극적으로 귀속시키는 미래의 영토이자
만물의 근본적인 바탕질이라 할 수 있다.

지구 위에 있는 거대구성체의 모든 현상을 낳는 모든 물상과 더불어
영원히 흐르면서도 멈춰 있는 듯 느껴지는 현재에 태어나
유독 짧았던 찰나의 시간성에 한 개체로 녹아 없어지기까지
잠시 부유하며 살아 숨쉬고 있는 우리 생명은 하나의 우주에 속한다

우주에서 침묵은 막대하면서 동시에 극미세한 파동으로 울리고 있다.
그 침잠의 울림에 대한 인류의 궁극적이며 직접적인 반응이 음악이다.
어떤 작곡자의
한 도막 건반의 첫 두드림도
하나의 현의 첫 울림도,
하나의 mouthpiece의 첫 취주도,
우주에 깃든 침잠의 울림으로부터 모성회고의 꿈에 젖어 태어난다.

어떤 세칭 위대한 작곡자도
알프스우랄알타이록키안데스킬리만자로남극의빈슨매시프히말라야산맥이나
그랜드캐니언이나남북미의대평원유라시아대초원이나
태평양대서양인도양남북극해의
거대한 높이와 깊이와 넒이에서 시작하여
거기에, 그리고 그 사이에 머무르거나
더 이상 머무르는 것에서 벗어나 어데론가 초탈하고자 한다.

지구상에 있는 자연계의 이런 한계적 거대구성체들 너머
우주의 도처에
한 톨의 지구와는 비교와 상상이 불가한 높이와 깊이와 넓이로 펼쳐져 있는
우주의 헤아릴 수 없이 숱한 성단과 은하와
그 사이에 산재하는 기운으로 흩어져 있는 가스구름은
무변대한 적막함 속을 통관하는 하나의 검은 울림의 숨결에 회돌이하며 스스로 침잠하고 있다.

스스로 드러나지 않는 침묵은
우주에 묻힌 듯 뻗어 있는 초거대한 산맥과 계곡과 평원에
생의 흔적도 어떤 소리의 여음도 없이
극히 미세하면서 동시에 남김없이 속속들이 배어 있다

이런 우주의 통일적 침잠현상 안에서
이루어지는 인류의 음악을
한갓 미물이자 우주의 미아인 인간이
상상력의 나래짓으로 끝간데 없이 헤아려 표출하려는 극미말의 애원 같은 것으로 간주해 보자

우주 안에 숱한 초거대 항성이나 행성에서
혹은 어느 광대한 가스구름층 안
혹은 어느 광막한 성간의 한 곳에서
사람의 눈으로 보기에 지구 안에 이 모든 장대함의 연속인 하나의 지상적 자연보다
수만 수십만 수백만 수천만 수억 수십억 수백억 수천억...배로 뻗어 있는
비교측정을 불허하며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
초거대한 항성이나 행성이 무수히 있고 그 중에
어느 초거대한 산맥 위에서
어느 깊디 깊디 깊은 계곡 안에서
수십 수백 수천 수만 겹의 지평선에 에워싸인 평원 위에서
수십 수백 수천 수만 겹의 수평선에 에워싸인 대양 위에서

세계 각지에 산재한 고유음악 분야에서
한국의 가야금이나 거문고의 산조 혹은 문묘재례악이나
터키계 중앙 아시아의 음악이나
안데스 산중의 인디오 음악이나
아프리카의 토속음악이나
바하나 베토벤의 서양음악이나
중국의 춘강화월야(春江花月夜) 비파곡 등을 연주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또는 인류의 구원을 바라는 종교음악 분야에서
기독교의 그레고리언 성가나
이슬람의 나쉬드 아카펠라곡이나
불교의 범패를 노래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 행위가 광대무변한 우주의 원적함에 어떤 의의 혹은 느낌으로 속하는 것일까?

어쩌면 음악이라는 행위가
인류가 인류에게 전할 수 있는 최후의 직관적 수단으로 독창적인 극치적 감성을 통해
거의 클림없이, 인류사에 종국적으로 하나인 인류 전체의 영혼을 위로하고 찬미하는 행위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인류는 어느 만큼의 깊이와 높이와 넓이로 침묵하고 있는 인류영혼의 내부를 맴돌아 울리며
어느 만큼의 깊이와 높이와 넓이로 광막한 우주를 향해 나래짓하며 침잠해 들어가고 있는 것일까?
인류의 음악사가 인류의 생명과 문명과 그에 따르는 운명과 그 초월을 노래하면서
우주의 침잠에 어느 만큼 더불어 울림하고 있는 것일까?

아득한 옛날부터 현재까지 진화해 온 생물들 중에 유독 인류의 신성뇌역(神性腦域)이
절대모성을 향해
구원을 바라며
신을 한없이 그리워하는 심정을
음악 이외에 우리 인류의 어떤 능력과 이론과 설법으로 헤아려 가닿는 듯 꿈 꿀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