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영혼과 명상 시

어느 곳에 (Somewhere Else) -수정

imaginerNZ 2009. 6. 28. 15:32

 

 

 

 

어느 곳에 (Somewhere Else) -수정 

 

태어나면서

나는 출발했고 동시에 도착했다

순간의 무문토기 속 둥 빈 공간에

형체화된 원소들의 무한더미 속으로 !

 

시간은 공간과 뒤섞이다 마침내 멈추려는 듯 원적히 어리어 있다.

아연하리만큼 생생히 낯선 거대한 원경 속

낱낱의 실상들에 생뇌의 가지들이

태어나 자라고 다치고 걸리고 꺽이고 소멸하는 와중에,

 

한없이 작고 연약하면서도 강렬하여 완고한 두근거림이

막 찍고 있는 발자욱들 곁에 까옥히 누워매인 채, 

망설임과 추동 사이에 주춤거리며 걸어가는 유인원의 그림자 위로

생마른 고목의 발자욱이 되기까지

오욕칠정의 물기는 끊임없이 흡수되고 증발하고 있다

 

태어나기 오래전부터 영혼이 실재하고 있었음을

그리워하는 삶이 마지막 예(藝)로 증명하려 함에

살아생전에 더 이상 의식이 명멸하지 않는 영속적인 침잠 속에

닳고 닳은 죽음의 문턱 너머 밖을 향해

상상적 식물은 계속 걷고 있다

 

영혼이 원뿌리를 내릴 어느 한 곳에 다다르기까지

[200905200436 -200906280331(수정)  엘리엇 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