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돌아이들'에대한 답글의 답글
- 글쓴이: imaginernz
- 09.05.30 17:09
제가 가끔 돌출적인 점 사과드리며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현실주의자가 전혀 아닙니다. 허나 때로 현실에 눈을 감아서는 안 되는 때가 있으며 시인에게 그런 경우는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할 상황일겁니다. 어쩌면 그런 상황을 접하면 현실을 살며 시를 쓰는 것이 가혹한 운명이라는 생각조차 들게 합니다. 영혼 가득히 눈을 감고 있어야 할 때 차마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는 가슴 저리도록 생생한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은.
문학에서의 진과 선과 미에 대해 간단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시는 진실을 추구해야 합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저는 현실에 거의 장님입니다. 그럼에도 한 국가의 하늘에 가득 드리워진 거대한 먹장구름의 모순에 대해 한두 마디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먹구름은 이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모든 영역의 모든 사람들에게 자력으로는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지리와 기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개인은 없으니까요.
시에서 한국적 비진실은 무엇일까요? 서로에게 칭찬일색이거나 혹은 완전히 배타시하고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풍토입니다. 서로의 문학적 발전을 위해 아낌없는 비평을 함이 없이- 그런 점은 상대에 대한 진정한 예의가 아니기에 인간윤리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현상은 아닐 겁니다.
동양 유교문화의 맹점은 진과 미보다도 선(윤리)를 너무 앞세운다는 점입니다. 모든 것을 윤리적으로 판단하려하는 관습적 관성이 사회에 속속들이 배어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자신의 입장에 맞지 않는 상대를 식물화하거나 제거하는데 윤리를 최적의 무기로 사용해 왔고 오히려 진실은 왜곡되고 파묻혀져 왔다는 것은 한국의 역사적 사실입니다.
시에서 미학적 비진실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감상성(sentimentalism)입니다. 사소한 감성의 흐름에 떠밀려 가는 감상성은 시적으로는 비논리성의 일종입니다. 그것은 시작에 필요한 직관과 거기에서 유래하는 천연적인 구성력을 원천적으로 외면하는 태도입니다. 참시의 길과 감상성의 길은 다릅니다.
한국사람들의 유전적 정서에 가까운 한(恨)의 정서는 아름다운 문학적 발현을 예비하고 있으면서도 그에 못지 않은 감상성의 독소도 또한 지니고 있습니다. 한국사에서 한국의 국체가 역사적으로 계속 흔들리고 유린당해 왔고 국민은 특권층의 압제의 연장선상에서 거의 벗어난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한(恨)의 정서가 좌절과 체념에 흐르면서도 궁극적으로 긍정적인 발현에 이르지 못했다는 사실은 현 시대의 우리와 우리 이후의 세대에게 영구히 남겨질 역사적 과제입니다.
인간중심적인 사고에 몰입한 나머지 인류가 자연을 회복불가의 상태가 될 만큼 너무 많이 파헤치고 인공화하였기에 현대의 시인들은 모든 상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것이 과거의 시인들과 다른 점입니다.
모든 국가의 국민은 선동에 취약하리만치 선하고 소박합니다 더불어 사는 사람들을 애틋이 사랑하는 마음가짐과 푸른 하늘을 뒤덮고 있는 검은 먹장구름에 대해 말하는 것 역시 현대를 사는 시인의 어쩔 수 없는 책무이자 그것이 또한 시의 바탕의 일부를 이룹니다. 현대시인의 운명은 초역사적 혁신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운명에 속합니다. 다른 시대, 다른 땅에 태어날 수는 없기에-
가톨릭 교회에 정의구현사제단이 결성된 이유는 불의의 먹장구름을 걷어내어 님 계신 푸른 하늘, 차별없이 푸른 하늘을, 모든 이들에게 남김없이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겠습니까?
어떤 시인도 시의 고절함에 젖어든 채 시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가장 큰 감성은 모든 것을 포용하기에 올바르고 선하며 결국 아름답습니다. 그것이 '말의 사원'인 詩가 꿈꾸는 것이 아닐런지요? (200905301725엘리엇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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