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수필집(미셀러니)

거리 모퉁이에 앉아 있는 어느 거지에게 바치는 글 -수정

imaginerNZ 2009. 2. 13. 04:10

 
 
 사고 난 페라리
 
 
 
 
 
 
거리 모퉁이에 앉아 있는 어느 거지에게 바치는 글
(Dedicated to a beggar sitting on the street corner)
 
거리를걷다가거리모퉁이에홀로앉아있는거지를문득보았을때나는그에게서삶의밑바탕을발견한다그바탕에서인생의모든부차적인가치가발산하게된다고밝히는듯한형색은생물적으로진하고퀴퀴하면서도애틋하리만치온유하고무구하다그점을느끼는순간에는어떤사회적인성취나성공-부와권력과명예-도순식간에퇴색하여사라진다

그런점에서어떤거지도인생에서실패하지않는다거지는이미성공이나실패를떠나자유롭기때문일까?아마도거지에게는사회적인성공이나실패가먼나라일처럼관심밖이거나어쩌면생존에불필요하거나망각의대상일수도있다오늘하루를연명할끼니한그릇이나빵한조각만있으면거지는별다른생각없이만족스러워한다대자연안에서빈손으로왔다빈손으로돌아가는짧은일생에작은시간의편린들에아롱지는빛살의무늬들이원래그러하듯이그리도단순한만족감이잠시나마한개인을모태안의따뜻한양수속에잠긴듯이행복감에젖어들게해준다

적어도이름모를아니차라리이름조차거추장스럽고불필요한그에게는외모나지위나학식이나계층의식이없다그는무소유무소속무계층무파벌이다그에게는우리가사회적으로끈질기게집착하고추구하는삶의이런저런군더더기목표들이없다그런면에서그는모든것으로부터어느누구보다도상대적으로자유로운사람이라할수있다

우리가매끼니때마다먹는다채롭고다양한음식들이아니라보잘것없는한끼만으로도화평해질수있는사람이이지구상에는도대체몇명이나있을까?아프리카에서기아에허덕이며죽어가고있는사람들이나세계각처에서굶주림에시달리고있는빈민들은몇명이나될까?이세상에는나의비처세적이어덜떨어진듯한이런생각에냉담하거나굳이반감을느낄사람이몇사람이나있을까?톱니바퀴의톱니처럼서로맞물려분주히돌아가다보니사람의근본감성인사랑마저도서로맞물리게하여분주히돌리고있는사회의다수구성원들이자신의삶에몰두한나머지굳이이런발상에응대할의도나관심을표하는일이별로없을것이라는생각이뇌리를스치고지나간다

거지의앉아있는모습과표정을바라보고있으면사람들이의욕하고추구하는모든사회적일상적인일과그일에서헤어나지못할운명을타고난듯이빠져있는사람들이마치신화나전설의줄거리를가진그림자연극의극중인물들처럼느껴진다어떤관점에서보면사람사회는거지보다못한사람들로넘쳐나고있다고느껴질때도더러있다거지가이미잊고사는대단해보이나결국사소한일에사람들은몰두하거나미쳐있다시피살고있다마치삶이라는현실의토대마저도망각의늪에모조리쓸어넣어버리려는듯이.

생각이꼬리를무는와중에나는그거지를바라보며거의그를스승으로존경하고부모형제이상으로사랑하고애틋이여기게된다인류영혼은하나이기에나는그와하나가되기를바라다마침내그가부럽고웬지그를우러러보게된다적어도그는자신을도인이라거나스승이라거나예언자나철학자라거나신의사도라고지나가는사람들에게주장하거나선언하거나짐짓그런태도를취하고있지도않다

그거지에게서나는길잃은강아지처럼사람의마음살이에서풍겨나오는진솔하면서도정겨운내음을맡고있다그렇다고그진질한내음을아예목욕재계시키려는듯이깔끔히씻어내어군중속의고독에절어있는뭇사회인들처럼외양을그럴듯하게단장하거나자연향을상쾌히흉내내면서도자연보다더독하고더진한향을뿜어내는향내를덧씌우거나아예후각을환각적으로마취시키기위해샤넬넘버몇번같은고급스런인조향수를그의겉껍질인누더기옷이나속껍질인육신에문질러대거나뿌려댈마음은추호도없다

솔직히나는그를바라보고있는시간이멈춰버린지금이기나긴순간이나앞으로불확실하게남아있는여생에도동전한푼없는사람이되었으면하고내심바란다그러나불행히도아직까지그럴용기가부족하기에나는스스로위안삼아이글을쓰고있는지도모르겠다지금나의생생한현주소는어쩌다이글을읽고있는사람들곁에도아주가끔머무르니생활이어쩔수없이만들어내고있는인생의부차적인일거리들을잠시나마일거에뿌리치고함께막걸리나한잔하면서아무에게나혹은허공에다대고그냥이렇게묻고싶다.

"누가 더 똑똑하고 누가 더 바보이며 누가 더 진정한 거지일까?
혹시라도 사회적 자아가 온통 당신을 덮어씌우고 있지는 않은가?
그런 당신을 최종적으로 상쇄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과연 누구인가?

이글을거의다읽은당신은이제사회인이라는껍질을통째로벗어버린알맹이삶과
그곁에말없이길게드리워진무념무상의그림자를바라보며나름대로삶에어떤해답을깨닫고있는가?
당신은일생에무엇을얻기위해인생의거지로무덤덤히살고있는가?
아니면더이상무엇을애써바라지않는거지의인생을담담히살고있는가?"
(200902130420 엘리엇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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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3 추가:  '얻기'
202411091604 퇴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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