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구도시·금언

구도행-24

imaginerNZ 2008. 9. 1. 20:01

구도행-24

 

그는 자연인이다.

이를테면, 후덥지근하고 축축한 가루반죽에

신과 진화론자들에게

그리고 모든 살아 있는 심장들에게

동시에 수상쩍은 동체다.

 

욕구는 글을 짓고 정신은 속삭이며 영혼은 침묵한다.

 

심장은 그의 지축을 둥글게 번지며 울리고

붉은 피는 그의 간빙기마다 밀려오는 대홍수요,

허파는 한 호흡을 겁으로 살아 숨쉬는 은하의 무리이며

뇌는 한없이 곱고 묽어 하늘거리는 홍진의 바다와 같다.

 

그는 인세와 문명에 대해서 혹은

자연에 들어 영속하는 법에 대해 깨닫기를

간구하지 않는다.

 

수행은 결단이 아니라 인간적 선택의 문제이고

그것은 이미 예정되어 있는 하나의 길이다.

자연은 정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연은 모든 생명을 원소의 가루로만 받아들인다.

도 이외의 모든 것과 도마저도.

 

"도는 항시 시작되고 이따금 펄럭이는 침잠의 끝자락에는 우주자연이 아스라이 펼쳐져 있다.

시작을 했으니 끝에 다다르고자 하면 활성체인 현재의 상태에서 자연에 속하라.

그러면 모든 것으로부터의 자유와 화평이 어우러지는 경계에 생생히 들게 된다."

라고 살아있는 가루사람(活紛人)인 그는 말한다.  

(20080901 엘리엇 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