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편지글(서한집)

홍 모 의원에게

imaginerNZ 2008. 5. 15. 22:32
 

  홍 모 의원에게


인생에 세월이 오십 넘어 흐르면 개인적인 일생의 길다면 긴 여정이 유형별로 서서히 드러나게 마련이죠. 결단의 시기에 결단을 내리는 것은 인생의 미덕입니다. 인생사에 있어 특정한 선택의 시기는 정해져 있고 그것은 되풀이 되지 않죠.

  

작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노무현 씨가 여당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었을 때, 어느 TV좌담에서 홍 의원은 노무현 씨가 대통령후보가 되었다는 것은 연구대상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것은 현 정치인 중에 민의의 대표성을 가장 많이 지니고 있었던, 즉 국민의 편에 서 있으면서 동시에 한국정치의 다수 표밭인 경상도 출신인 노무현 씨를 그 당시의 정치실세들이 선택하고 밀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사후 보장을 담보해 주고 비리를 영구미제화하기 위해 노무현 씨를 선택했던 것입니다.

  

우리 역사에 있어 순수한 열정을 지녔던 개혁적인 젊은이가 완고한 수구원로가 되어가는 정치인생의 역정은 거의 표준화되다시피 했습니다. 그것은 거대한 역사의 흐름과 개인의 정치역정을 혼동하기 때문이죠. 정치적 노선이 다른 당원들이 혼재하고 있는 소속당의 두루뭉실한 보수적 노선과 정략을 앞세워 행하는 언행은 정략적인 내용일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을 위한 진정한 정치가 연약하나마 조금씩 뿌리를 내려가는 한국정치사상 초유의 시국에 대다수 국민의 대정치적인 분노 섞인 바람에 어긋나는 발언을 하는 홍 의원을 보면서 위의 느낌을 지울 수 없군요. 그래도 어떤 특정세력에 경도됨이 없이 국민만을 위해서 정치를 하겠다는 순수하나 세련되지 못한 혁신성에 방법적으로 서투르고 촌스럽다는 점은 옥에 티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좌로 가나 우로 가나 크게 치우침이 없이 국민을 위한 정치만 잘하면 그만입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그 점 이외에는 어떤 다른 것도 없습니다. 국민을 위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정치 말입니다. 작은 시골마을의 동장이 마을사람들을 위해서 일을 하듯이 일을 해주면 됩니다. 대다수 국민들은 그것만 바라고 있을 뿐입니다. 편 가르기와 갈등을 증폭시키는 구태의연한 정치꾼들은 이제 솎아내야 합니다.

  

90년대 초 어느 날 개포동에 있는 경기여고 맞은 편 개포 4단지를 가르는 사잇길 어구에 서서 사람들과 나눴던 ‘열심히 일하겠습니다.’라고 말하던 그대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봅니다. 그 때 제가 홍 의원에게 던진 표가 내 마지막 투표였습니다. 그 이후로는 투표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노무현 씨에게 투표를 안 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보수적인 정 모 씨가 노선이 완연히 다른 노무현 캠프에 합류했다가 투표일 전날 기습적으로 노무현 씨 지지를 철회한 점은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수구파와 그 수구파의 안정적 지배를 바라던 외부세력의 치밀하면서도 치졸한 공작이 있었고 그 총대를 멘 사람이 바로 정 모 씨였던 것일 수도 있다는 추측을 해봅니다. 한국의 선거철이면 의례히 그랬듯이 반공 보수세력의 보이지 않는 거대한 검은 손이 다시 한 번 작동했던 것은 아닌지요? 그러나 결과는 국민을 맨몸으로 지지했던 노무현 씨의 당선이자 국민의 승리였죠. 저는 정 모 씨의 모습을 보면서 또 한 번 더 미리 좌절의 메커니즘에 빠져버렸다고나 할까요? 의협심의 현실적 좌절과 울분이 가슴에서 끓어올라 술 먹고 늦잠을 자고 투표 못했습니다.

  

노무현 씨가 대통령이 되고 난 후에도 h당의 작태는 도려내야 할 종양을 지닌 고질적 불치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을 위한 대통령을 이리저리 흔들고 찌르는 정치인들이나 그들이 소속한 정당은 국민들의 눈으로 보기에 존재가치가 없습니다. 존재가치가 있는 정치인들이 국회의원석을 가득 채우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그 날에 홍의원도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11:54pm 1/1(Thr), 2004-the first day of 2004 in lunar calend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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