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마음을 쉴새없이 흘려보내면(수정)
-엘리엇 킴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이미 과거에 매어둘 필요는 없다.
우리 마음의 양식을 보관하는 곳간은 미래에 있으며
그 미래는 항상 여기! 현재에서 출발한다.
마음이란 우리의 의지만으로 비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음에는 항시 무언가가 들어차 있게 마련이다.
쉽게 말해, 마음은 비울 수 없다.
마음을 완전히 비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은
그러한 생각이 그 순간을 차지하고 있거나
혹은 그 순간에 마음이 잠시 머무르고 있을 뿐이다.
그러한 느낌은 순간의 영원을 깨닫는 빈 마음의 민무늬가 아니라
어떤 '순간 속에 머무르고자 하는 데서 비롯되는 구극적 각성'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일종의 시간성 상실의 체험이다.
마음이 잠시 머무르는 '일정한 순간 속'에서만
우리는 마음을 비웠다고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진정한 깨달음이 아니다.
마음을 비웠다고 느끼는 순간에
그런 밑마음까지 어루어 온 마음을 남김없이 흘려보내면
어떤 사람도 자신의 마음을 남김없이 흘려보낼 수 있다.
그런 흘림이 일과적인 수련을 통해 지속적으로 되풀이 될 때
어느 순간부터인가 마음이 절로 흐르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결국 마음은 채워지기 위해 원래 비어 있었으므로
도로 비우려 해도 이미 비워지지 않는다.
이러한 마음의 물길을 도로 비워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니 우리는 끊임없이 차오르는 '마음의 옹달샘'을
맑게 희맑게 아낌없이 흘려보내자.
그리하면 우리가 마음을 비우는 것이 아니라
매순간 속의 마음을 쉴새없이 비우다
그 끊임없이 차오르는 맑디 맑은 투명함 속에
마침내 스스로 비우거나 남기지 않아 유장히 흐르는 것이니.
(200706111230 대치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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