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시론

문학의 道 (글쓰기에 대하여-2)

imaginerNZ 2008. 1. 10. 22:18

 

 

 

문학의 道 (글쓰기에 대하여-2)

 

 

道의 영역에 들어 글을 쓰는 것과

어떤 다른 영토에서 글을 쓰는 것은 다르다.

 

도(道)와 도의(道衣)는 글쓰는 정신자세의 기본적인 차이를 낳는다.

도를 깨치는 것과 도의 옷을 걸치는 것은 다르다.

도의 옷을 걸치는 것은 道의 fashion감이며 도의 문 밖에서 행해진다.

그러한 착용의 행위는 도의 문 안으로 들어가고자하는 염원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도, 그 자체와는 상관이 없다.

 

개체적 삶의 시간성이 경과하면 할수록

기본적인 정신자세의 차이는 되돌리거나 극복하기 어려워진다.

기본은 바탕이기 때문이다.

정신적 지질(地質)의 차이는 

글쓰기에서 본질적인 차이를 발생시키며 그런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정신의 도를 끝없이 지향하며 추구하는 사람과

도의 옷을 걸친 사람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전자가 쓴 글과 후자가 쓴 글 모두를 전자는 확연히 구분할 수 있으나

후자는 전자의 글에 배어 있는 도를 어렴풋이 느낄 수는 있으되

순간의 아득함 속에 깨닫지 못한다.

심지어 후자는 후자가 쓴 글의 전부를 조망하지 못할 수도 있다.

후자는 온전한 도의 영역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어떤 영토에서 쓰여진 글의 사소함과 그 배경에 대해서도 눈 멀 수 있다.

그런 종류의 글은 개체의 완성을 지향하고 추구하고 마침내 완성했다는

자만의 위안에 가득찰 수 있기 때문이다.

 

도의 영역 밖에 사는 사람들은

도의 옷을 걸쳤든 그렇지 않든

삶의 유한성에 젖어들어 조급한 완성에 목말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가 아니라 단순히 글쓰기에 몰두하는 사람은

완성에 집착하거나 완성을 지향하고 추구하려 하고

그러다보면 완성의 환각에 사로잡히는 경향이 있다.

이런 글들 중에 특히나 도의 문전 가까이에서 쓰여지는 글은 교묘하고 현란하며 주술적이다.

허나 생물적인 삶의 조급함은 완성을 낳지 못하며

일생은 완성되기에는 매우 짧고 힘에 부치다.

 

한편으로, 도의 영역에 든 사람은

도가 어떤 종류의 완성이 아니라

절대경지를 끝없이 지향하고 추구하는 것,

즉 일심정진하는 자세의 무한하면서도 지속적인 연장이라는 것을 안다.

그것은 일생에 걸친 도의 과업이며

더 나아가 유한한 일생을 초극하여 우주자연의 일체화에 귀결하는 정신성으로 나아간다.

 

道의 영역 안에서 인식하는 도는

인류 전체일 수 있고

대지와 바다와 하늘일 수 있고

자연일 수 있고 일체우주일 수도 있다.

 

심지어 도는,

자연이 구체적으로 분화된

바위 한 덩이,

조그만 풀 한 포기,

활짝 핀 꽃 한 송이일 수도 있고

 

부지런히 더듬으며 갈지자로 나아가고 있는 개미 한 마리

웅웅거리는 모기 한 마리,

구물구물 기어가는 배추 흰나비의 애벌레,

물 위에 한유히 떠 있는 소금쟁이일 수 있고

 

갓 태어나고 있는 애기 노루,

햇살 아래 입을 벌린 채 잠들어 있는 나일강변의 악어일 수 있으며

또한 동시에 너와 나일 수 있다.

 

도의 영역 안에서 우리가 깨닫는 도는 만유의 일체화이자 그 분화체 하나하나일 수 있다.

그곳에서는 완성이나 미완성이 없기에

너의 글과 나의 글과 같은 유별이 없다.

 

만일 글을 비평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도의 영역 밖에서 거기에 있는 글들에 대해서만 말하는 게 낫다.

도의 영역 안에서는

비판과 논박,

찬사나 숭배,

그리고 비평이 없다.

 

도의 영역 안으로 들어서게 되면

도의 원적함 속에 한데 머물며

끝없이 지향하고 추구하고 정진하는 자세로

다만 도에 대해 말하거나 아니면 스스로 침잠하게 된다.

도에 대해 말하면 그 말은 도를 비껴가거나 도의 주위에 메아리질 뿐이다.

도에 대해 말할 때 간접화법이나 순환어법을 쓰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아예 칼로 생각의 실타래를 쳐버리거나 무언극어하는 방식도 같은 이치에서 나온다.

 

글을 쓰려는 사람들은 제대로 된 글을 쓰기 전에 먼저

말없이,

끊임없이,

한없이,

수행하며 도의 영역 안에 스스로 그리고 절로 침잠하기 바란다.

 

도의 영역 안에서는 다만 合一이 있을 뿐이며

도 안에서는 굳이 글을 쓰려 하지 않아도

글이 글을 절로 쓰며 참글은 거기에 영원히 살아 머문다.

(200801100950 엘리엇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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