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돌아왔습니다,
눈밭은 바라보기만 하고,
거기에 발자욱은 남기지 않았습니다.
'스스로'라는 말의 인위성을 떠올리도록
자연은 자연 안에 있는 그대로 충만합니다.
그러니 자연에 우리가 남길 것은 없고
우리가 일생에 애썼던 것들은 눈밭 위에 남겨진 발자욱과 같습니다.
그 발자욱은 눈과 운명을 함께 합니다.
눈이 내려서 쌓이고 시간이 흐르면 녹아 없어지죠.
자연의 변함 없는 한 갈래의 과정에 찍힌 인위의 자취들은
기억의 아쉬움을 사랑하여 머지않아 사라질 자신의 일생을
설레도록 하얗고 순결하며 부드러운 바탕 위에 남겼으면 하고 바라는
작고 가여운 소망의 흔적들입니다.
눈위에 찍힌 두 줄의 발자욱은 어긋날 듯 균형을 지키는 자아의 살아 있는 흔적입니다.
눈밭에 찍힌 사람의 발자욱을 어른의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는 없습니다.
그래서 꿩의 발자욱은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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