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우주와 자연 시

뉴질랜드 풍경시:폭스 빙하[Fox Glacier] -完

imaginerNZ 2007. 11. 24. 21:36

 

 

 

 

폭스 빙하[Fox Glacier]

- 엘리엇 킴

 

폭스 빙하(Fox Glacier) 곁에 서다.

모든 것을 지켜본, 둘러선 성산(城山)과 구름의 품 안에서

서서히 짧아지는 느린 상실의 추억 속에

저 물러난 ‘Tawe(타웨)'의 묘터인 옛빙하를 그리워하며

장대비 속에 산들이 하염없이 흘리는 ‘Hine(히네)'의 슬프디 슬픈 하얀 노랫가락.

 

이제 옛빙하의 끝자락은 마지막 터치를 남긴 채 골을 스쳐 사라져갔고

그 자리에 들어선 늘푸른 수목들

세월에 갈리고 부서져 나뒹구는 쇄석들 사이로

시간이 빙하에 스미고 녹아 천리의 여정을 흐르고 있구나!

 

고독한 고뇌의 심지에서 피어난 열정의 불꽃을

재 없이 사위어 서릿잠들게 하는 너!

빙하에 스친 마음 한결 한결이

저 벼랑에 새겨진 칼금들 되어

 

영원한 평행 속에

프란츠 조지프 빙하(Franz Josef Glacier) 곁에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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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빙하에는 'Tawe(타웨)'와 'Hine(히네)'에 관한 슬픈 전설이 서려 있다. Tawe가 떨어져 죽은 벼랑에서 한없이 슬퍼하던 Hine가 빙하가 되었다는 전설이 그것이다. 마땅히 빙하이름이 Hine가 되어야 할 터인데, 서양인들이 마치 빙하의 첫발견자인 듯이 Fox라는 영국인의 이름을 따서 빙하의 이름을 지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역사는 승리자의 것'이라는 말이 있으나 뉴질랜드에서 있었던  토착 마오리족과 영국군의 전쟁에서 영국군은 마오리족의 밀림을 드나드는 신출귀몰한 게릴라전에 시달리며 전면적이고 완전한 승리를 거둘 수 없었고, 그 결과 마오리의 여러 부족의 대표자들과 '와이탕기'라는 곳에서  마오리족을 백인과 동등하게 빅토리아 여왕의 신민이라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된 조약을 체결하였다. 영국이 지배한 여러 식민지 중에서 원주민을 동등하게 대하는 조약을 맺은 곳은 뉴질랜드가 세계역사에서 유일하다. 그래서 와이탕기 조약 이후에 마오리족은 법적으로 고유의 풍속과 문화와 언어를 영국문화와 동렬에서 인정 받고 보호받을 수 있었다. 공식적으로 뉴질랜드에서는 공용어가 마오리어와 영어이며 학교에서도 기본적인 마오리어를 필수적으로 배운다.  필자가 'Hine' 빙하를 찾아갔을 때는 억수처럼 비가 내리고 있었고 그 비 속에 'Hine' 의 골짜기를 둘러서 있는 높은 벼랑 여기저기에서 하얗게 흘러내리는 실폭포의 줄기들은 마치 Hine가 아직도 살아 슬피 우는 모습을 보는 듯하였다. 

∑. TRANSLATION

 

Fox Glacier

 

I stand along with Fox Glacier

in the bosom of surrounding castle-like mountains

and foggy cloud hides their peaks

which have seen a whole story.

 

Unforgettable memory of slow loss is getting longer and longer.

In baptizing torrents of the rain

mountains are shedding sad sad Hine's white songs of tears,

missing a great mass of old glacier which was once the graveyard of Tawe.

 

Now it has already passed away from the valley

leaving the last touches on both the bluffs

and evergreen forest has sprawled wider and thicker there.

It has been melted and absorbed between the soft lips of time

and flows its way thousand miles long.

 

A flame around a wick of lonely agony is going to sleep in frost

and a wandering heart is being slitted

like those cliffs with scrapes and nicks.

 

In eternal parallel

I fall asleep along with Franz Josef Glac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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