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원·청은 중국사 아니다.
여진·만주족 한민족사로 봐야"
고구려연구회 토론회서 "중국사 해체" 공개 거론 |
▲ 14일 학자들이 국회 헌정회관에서 열린 '동북공정 연구 성과에 대한 분석과 평가' 토론회에서 토론을 하고있다. |
ⓒ 오마이뉴스 김태경 |
"이제 동북아시아 역사 해석을 위한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고구려·발해 이후 만주와 북방을 지배했던 요·금·원·청나라를 새롭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은 과연 중국인에 가까운가 아니면 한국인에 가까운가? 한국인에 가깝다. 동북아 역사의 보편성을 가지면서도 유효한 새로운 사관을 개발해야 한다."
14일 국회 헌정회관에서 열린 '중국의 동북공정 연구 성과에 대한 분석과 평가' 토론회에서 서길수 서경대 교수는 이같이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는 고구려연구회 주최, KTF 후원으로 열렸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중국이 동북공정으로 역사 침탈을 하고 있다'는 기존의 울분성 탄식과는 달리 북방 민족사를 한민족사의 범주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발언이 이어졌다. 이는 곧 중국사를 해체하자는 말로 그동안의 방어적 자세에서 적극적 공세로 방향 전환을 한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그동안 이른바 재야 사학자들로부터 많이 나왔다. 그러나 '강단 사학계'에 속한 학자들이 공개 토론회에서 이런 발언을 한 것은 대단히 드문 일다.
서 교수는 "몽골의 울란바타르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보면 그들은 흉노→선비→유연→돌궐→위구르→원→몽골공화국으로 자국사를 파악하고 있다"며 "이렇다면 북방의 주요 정복 왕조 가운데 여진족의 금나라와 만주족의 청나라가 남는데 이들이 과연 중국 역사인지 재검토해야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정사인 금사(金史)에는 금의 시조의 이름은 함보이고 처음 고려에서 왔다고 되어있다. 즉 금나라의 시조는 고려인이다.
연변대 사학과 고영일 교수의 <중국 조선민족사 연구>라는 책에 따르면 만주족은 조선족과 한족(漢族) 사이의 중간적 특징을 가지면서도 조선족에 더 가깝다. 분류학적으로 보면 만주족이 조선족과 가까운 것은 10개이지만 한족과 가까운 징표는 4개에 불과하다는 것.
중국 정사에 '금나라 시조는 고려인' 기록
즉 만주족은 중국인이 아니며 오히려 한민족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또 요즘 갑자기 부각된 발해사의 귀속 문제도 쉽게 해결된다.
요·금사 전문가인 김위현 명지대 명예교수는 "금나라의 시조가 신라인 또는 고려인이라는 기술이 중국 역사책 여러 곳에 보인다"며 "흔히 발해와 신라를 남북조로 파악하는데 나는 고려와 금나라의 관계 역시 남북조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더 나가면 청나라 시대까지 남북조로 파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즉 조선과 청나라의 관계 역시 남북조로 본다는 말이다.
김 명예교수는 중국의 이른바 25사의 정사 체계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의문을 제기했다. 중국은 후대의 왕조가 전대 왕조의 역사서를 편찬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있다.
김 교수는 "중국의 역사서라는 게 피정복자가 정복자의 역사를 자기 역사에 편입한 것"이라며 "그러나 과연 대한민국이 일제를 우리 역사로 편입하는 것이 올바른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김 교수는 "요·금·원·청나라 때 보면 북방 왕조가 훨씬 더 강했는데 여전히 역사를 중원의 한족 왕조 중심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는 잘못된 역사해석으로 당연히 북방의 강자 중심으로 봐야한다, 고대 천하질서의 중심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선영 포항공대 교수도 "여진족과 만주족이 과연 누구인가에 대해서 기존 관념을 벗어나 유연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동북공정은 현재 중국 영토 안의 모든 역사와 문화를 중국화하려는 시도"라며 "이미 중국인으로 포함된 여진족과 만주족이 오래전부터 거주했던 동북지역은 당연히 중국 영토라는 당위성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규철 경성대 교수는 평소의 지론인 "말갈족으로 불렸던 다수는 사실상 고구려인으로 볼 수 있는 예맥·부여계 사람들이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고조선 이전 문화도 적극 연구해야"
한 교수는 "말갈이란 자칭이 아닌 타칭으로 당나라에서 동북방 이민족을 통틀어 부르는 통칭이자, 고구려 변방 주민을 낮춰 부르던 비칭(卑稱)이었다"며 "발해인들은 스스로를 발해로 불렀으며, 당나라가 처음에는 비하해 말갈로 표기하다가 나중에 양국간 국교가 정상화된 뒤 발해로 불렀다"고 속했다.
그는 "말갈을 잘못 이해해 발해가 말갈의 왕조였다는 주장이 한국 학계에서마저 일반화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지배층은 고구려인, 피지배층은 말갈이라는 교과서적 견해를 다수의 고구려인설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발해사를 말갈사로 보면 결국 고구려사까지 말갈사로 보게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북공정의 고조선 연구 결과를 분석한 서영수 단국대 교수는 "중국은 단군조선은 근거없는 허구로, 기자 조선은 역사적으로 실재한 중원의 지방정권으로 강변하고 있다"며 "이는 한국사 자체를 말살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우리 학계는 고조선의 지표문화로 인정되는 랴오닝 비파형 동검문화는 연구해왔으나 그 바탕이 되는 홍산문화~하가점하층 문화 등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연구가 없다"며 "환웅으로 대표되는 유이민 집단이 고조선지역으로 오기 전 거주 지역과 관련해 동북아시아 고대 문화에 대한 보다 폭넓은 시각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토론회가 끝난 뒤 서길수 교수는 이날 학자들의 발언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서 교수는 "동북공정에 대해 우리가 '아니다'라는 식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며 "이제 중국사를 해체해야 한다, 오늘 토론회에서 이 같은 발언이 나온 것은 강단사학계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서 교수는 "강단 사학계에 있는 사람들이 오늘과 같은 문제 제기를 두려워하고 있다"며 "만주족과 한민족의 친연성에 대해서는 혈통이나 인구학적으로 이미 않은 연구가 되어있다"고 덧붙였다.
고구려연구회는 내년 말 이와 관련한 연구성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2006-09-15 /김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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