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우주와 자연 시

처음으로 열리는 마지막(The End Is Always the First Beginning)

imaginerNZ 2007. 8. 29. 18:20

 

 

뉴질랜드 남섬 동부연안 -그레이머쓰 해변 

 

 

 

처음으로 열리는 마지막(The End Is Always the First Beginning)

마지막으로 트는 먼동


마지막으로 열리는 하늘
마지막으로 트이는 바다


마지막으로 솟는 해
마지막으로 밝은 대낮
마지막으로 타는 석양


마지막으로 내리는 땅거미
마지막으로 뜨는 달
마지막으로 부서지는 별빛들
마지막으로 지나는 자정 


마지막으로 부는 바람
마지막으로 이는 구름 
마지막으로 일렁이는 파도
마지막으로 곧은 수평선
마지막으로 내리는 눈비


마지막으로 솟은 산
마지막으로 서 있는 나무들
마지막으로 검푸른 숲
마지막으로 텅 빈 바위
마지막으로 흐르고 있는 냇물
마지막으로 지는 낙엽


마지막으로 피어나는 새싹
마지막으로 열리는 꽃
마지막으로 우는 매미
마지막으로 기어가는 애벌레
마지막으로 우짖는 새
마지막으로 뛰는 숭어
마지막으로 젓는 사슴의 고개짓


마지막으로 깨는 아침
마지막으로 사는 방
마지막으로 먹는 음식
마지막으로 쓰고 읽는 글
마지막으로 그려 보는 그림
마지막으로 짓고 듣는 음악
마지막으로 자는 잠
마지막으로 꾸는 꿈


마지막으로 보는 사람
마지막으로 나누는 대화
마지막으로 웃는 미소
마지막으로 눕는 침상
마지막으로 보는 천정
마지막으로 생각하는 뇌
마지막으로 뛰는 심장
마지막으로 흐르는 피
마지막으로 내쉬는 숨


마지막으로 남는 자연에
마지막으로 뻗어 있는 길 따라
마지막으로 바라보는 마음의 눈매에
마지막으로 스미어드는 님의 그윽한 미소


모든 마지막에,
비로소 처음으로 내미는
한없이 부드러운 님의 손길.
(200708290321;엘리엇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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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마지막 체험으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일체의 사소함에서 벗어나
근원의 심성으로 모든 것을 처음 접하게 되고
그런 근원의 심성에 든 후에
우리는 님을 진정으로 그리워하게 되고
그제서야 비로소 님은 우리에게 한없이 부드러운 손길을 내리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