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우주와 자연 시

뉴질랜드 정경시: 빈 집(An Uninhabited House)

imaginerNZ 2007. 5. 29. 01:41

빈 집(An Uninhabited House)


적막과 고요의 끝에 자리한,

사람들이 살다 떠난,

닫힌 문의 빈 집.


삶의 활기와 고요히 잠든 숨소리,

울렁이는 살결 속의 씨근거리는 근육과 우득거리는 뼈대의 음향과

쿨렁이는 심장과 혈맥에 이리저리 예리성,

곳곳에 배인 지문들, 얼룩진 자취와 어색하게 긁히고 패인 홈과 자국들,

수없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방문 아래틈새로 피어오르는 카펫먼지들,

부엌천정의 아슴한 그을음, 그릇 부딪는 소리에 물소리와,

따닥거리며 피어오르는 파랗게 둥근 가스화염과

온갖 동식물성 식품들과 소스가 함께 뒤섞여,

거품을 내며 불타고 익고 끓으며 조리되는 소리와 증기.

 

아이들의 외침과 웃음소리, 그 희미한 메아리에 이따금 뒤척이는 정적.


손길 닿지 않는 곳에 시간이 걸어 놓은 올튼 거미집과

웃자란 잔디터와 정원의 사철식물들,

베란다 난간에 엉키며 시시각각 끝을 말아 올리고 있는 팬도리어(Pandorea)넝쿨과

애거팬서스(Agapanthus)의 꼿꼿한 절조의 꽃대들,

빨간 술을 세우고 바람에 허공을 문지르는 바틀 브러쉬(Bottle brush),

작잔하고 얌전한 페츄니아(Petunia),

비슷한 두 키의 그래스펀(Grassfern)과 재커랜다목(Jacaranda木)에 이는 금슬바람,

이웃집 Anne아줌마의 옛 시절 하이비스커스(Hibiscus),

붉은 정조의 커밀리아(Camellia),

라임 가지에 올톨이 열린 열매들(Lime branches),

바람꽃의 미소,  플럼베이고우(Plumbago),

꿈꾸는 우림에 깃든 인디안 검츄리(Indian gum tree),

지중해 언덕에 선 잠람(潛藍)의 올리브목(Olive tree),

소드펀(sword fern)의 기치전열,

화평의 영토를 꿈꾸는 레인 데이지(Rain daisy),

검의 제왕 실버 소드(silver sword),

뒤울 목책 위를 넘어 오고 있는 포테이토 바인(Potato vine)의 옹종한 별꽃송이들.

 

이른 해아침 정원의 식물들에 누군가 물 주는 소리

 

물푸른 하늘 아래

이 모든 것들을 거느리고

대화와 묵상 사이에 잠겨 있는 빈 집, 

 

그 닫힌 문 앞에서 체념한 듯 조용히 돌아서 가는

아기고양이 Toby의 외로운 뒷모습 너머,

저 홀로 꿈꾸는 빈 집, *‘The Blue 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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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house in Milford, Auckland, New Zealand 

*개인적 정황으로 오랜 망각 후 2017년 9월 28일 오후 10시 54분 최종 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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