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내게 남겨질 시간 동안
일생에 오랜 숙원이라고 할 붓글씨 쓰기에 도전해 보려고 몇 년전에 필세트를 하나 장만했다
허나 천성이 우유부단하고 게으른 탓에 실천은 계속 미뤄져 지금에 으르렀다
가장 늦은 것이 빠르다고는 할 수 없으나 천만다행의 심정으로
오늘밤 산책길에 문득 호프집에 들러 맥주 한 잔하며 약화될 수 있는 의지를 습관처럼 가다듬어본다
내가 지금까지 쓴 글들을
서투른 손길로나마 나의 개성을 담아 붓으로 쓰고 싶은 마음이
유독 요즘 드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하고 생각을 되짚어본다
공자님 말씀에 '육십이 이순하다'는 나이도 꽤 지났건만
새삼스레 붓글에 마음이 끌리는 것은
이내 짧지만은 않았던 삶의 숙원 이라 그런가보다 하면서도,
그런 일생 마무리의 느낌이 밀물에 썰물 빠지듯이 휑하니 비어가는 느낌을
까마아득한 별밤하늘의 바탕질료로 하나 하나가 우주인 상형 한자를 그려내려하는 마음이 새록 새록 돋아나는 것은
알고도 모를 일이다.
물론 한글 붓글씨도 나랏말쏨의 사랑으로 함께 병행해 나갈 생심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