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수필집(미셀러니)

대화의 실종

imaginerNZ 2011. 4. 29. 16:35

대화의 실종

Dialolgue Misssing

 

요즈음'나'라는사람은한강물흐르듯말이없어어느누군가와나누는대화가거의실종되었다

누군가와그나마도짧은얘기를나누면서로엇갈린여운이든다

슬픈문명인으로생존을위해말을해야하는경우는예외적인경우다

음식점에서음식을주문하거나편의점에서담배와물이나기타의것을살때나

단골술집에들러주인과주문겸몇마디나눌때가그렇다

 

나에게말은돌이킬수없을만큼실종되고말았다

실언이안개구름으로밀려와뇌리를온통휩싸고나는침묵에묻혀산다

내나름대로생각해본대화부재의이유는다음몇가지중에하나이거나전부인듯하다

 

첫째,

일상생활에서불가피한상대는자신의생각을말하고나는아무런생각이없다

그사람이말하는내심의의도가있고그것을처음듣는순간말머리에서바로묻어난다

그걸로끝이다대화는시작되면서바로끝난셈이고두서없는말꼬리만제풀에까딱거린다

 

둘째,

요즈음에는의식적으로사람을만나는일에서까마아뜩히멀어져

영혼의대화가되는사람을만나기가거의불가능하리만치지극히어렵다는생각이든다

심지어그것이비자본주의적이며맑밝은영혼의소리를나누고

마음고요의울림을음미하는잔잔한교류와친선의만남이라해도그렇다

이런현상은밀고당기듯주고받는대화의자기장에서이탈하여점점더멀어지고있는경우라는생각이든다

이런현상을침묵속으로의여행이라고나할까?

 

셋째,

아무리좋은만남이라해도말을하는행위가침묵보다한참거북스럽게느껴진다

말을뱉느니차라리필담이나으리라는생각까지자연스레든다.

더구나음식을먹는자리에서말까지하는행위는정말이지내게는고역에해당한다

말에서일탈하는게아니라말한마디하지않아도되는

아무도없는깊은산숲의한가운데에텃밭을내고그곁에움막을쳐서여생을보내고싶다는생각이

이따금무심결에불쑥불쑥고개를내민다

 

넷째,

고독이배어있는침묵에말릴세월의여유도없이흠뻑젖어들었기때문이다.

말그대로자연침잠이다

일단자연에지속적으로침잠하게되면말은공허한울림처럼느껴진다

어느누가공허의내부에반복적으로잦아드는말의메아리를울려퍼지게하고싶을까?

 

다섯째,

의식적으로말을하지도말을안하지도않는상태에오랜시간묻어지내다보니나도모르게거기에익숙해졌다

가끔은의식뿐만아니라모든감각조차도사라진마지막자연감에오히려마음이비어편안해진다

지구가아닌우주에는떠도는말이없다는생각에이러는지도모르겠다는생각이깊은잠속에꿈결처럼찾아든다

 

여섯째,

나는나자신과도더이상대화를나누지않는다

저어기산수간에자리한한덩이바위가중얼거리지않는것과흡사하다

말그대로말의실종사태라고나할까?

 

나는온갖종류의성대의연주에혀의춤보다침묵속의고독이나자연과의교감을어느덧선호하게되었다

심지어이렇게말이없는현상이더없이사람답다는생각까지하게된다

나는다만자연의모습과소리를듣는것만으로도흡족하며광막한우주자연에고요히침잠하고싶을뿐이다

그러는것이원래나의본성이기라도한듯이

 

이세상은

침잠의바탕위에

바람스치는소리냇물흐르는소리

새우짖는소리사슴의고갯짓소리

끝없이밀려와부서지는파도소리

마음에내리는빗소리천둥벽력소리

멸종된생물들의지나가버린소리

소리없는생물들이존재하는소리

새싹돋는소리나무에물오르는소리

괴적히짙푸른하늘에구름이는소리

한밤깊은산중에고목의가지삭는소리

매화봉우리위에고요히눈내리는소리

달여울흐르는소리별빛쏟아지는소리등등

대자연의소리로이미가득하기에

 

내가말이없음은

침묵을동양적미덕이라여기기보다

대자연의소리에굳이더보태거나덜어내려는상쇄의소리가나에게더이상남아있지않은탓이겠거니한다

(201112120846 엘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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