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하는 삶/한국의 민주화

통일비용 손익계산서 두드려 보면...

imaginerNZ 2012. 2. 5. 13:35

[NIE] 남북통일 손익계산서 두드려보면…
비용 370조~5796조원 예상, 점진적일수록 적게 들어
연11% 성장 `제2도약` 기대, 南 자본 - 北 자원 시너지
통일직후 30년간 돈 들고 과실은 30년후에 돌아와…미래세대에 투자하는 셈
기사입력 2012.01.13 17:06:16 | 최종수정 2012.01.13 17:08:11 싸이월드 공감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과한 물류차량이 개성공단으로 향하고 있다.

1990년 7월 1일. 통일을 3개월 앞두고 헬무트 콜 서독 총리는 `동서독 화폐ㆍ경제ㆍ사회 통합에 대한 국가조약`이 발효됐음을 선포했다. 동독 주민은 환호했다. 이날 이후 동독 주민들은 서독연방은행(분데스방크)이 발행하는 마르크를 동독 마르크로 1대1 비율로 교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외환시장에서 동독 마르크와 서독 마르크 교환 비율이 4.4대1인 점을 고려하면 파격 그 자체였다. 콜 총리는 "동독 주민들의 소득 수준을 끌어올려 난민이 몰려드는 것을 막겠다"고 서독 국민을 설득했다. 하지만 1990년 한 해에만 서독 정부는 동독 정부 재정적자를 인수하고 소련군이 철수하는 데 2000억마르크를 썼고, 1995년까지 6년간 투입된 비용은 총 8400억마르크(당시 원화값으로 445조원)를 넘어섰다. 이를 위해 국민은 법인세와 소득세를 7.5% 더 내야 했다.

독일 통일이 한국에 주는 교훈이다.

통일은 대한민국 경제에 선일까 악일까. 통일이 선이고 반드시 필요하다면 통일 비용은 어떻게 산출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1인당 국민이 부담해야 할 세금은 얼마나 될까.

김정일 사망으로 통일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면서 통일비용이 사회적 화두로 다시 등장하고 있다. 통일세 인식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이 지난해 12월 27일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통일세 신설에 대한 의견을 물었는데 찬성한다는 국민은 54.1%에 달했다.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 37.2%보다 높았다. 국민 사이에선 통일에 대해 지금부터 준비하자는 마음이 싹트고 있다는 얘기다.

◆ 비용 산출을 위한 남북한 격차

옛 서독 정부는 통일비용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정의를 내렸다. "1990년 7월 동독 정부와 맺은 경제ㆍ통화ㆍ사회통합에 대한 조약이 발효된 직후 10년 안에 동독 지역이 서독 지역의 경제력과 소득 수준의 일정 비율에 도달되기 위해 필요한 경비다."

통일 비용이 곧 양 국가 간 경제가 통합되는 데 필요한 비용이라는 뜻이다. 우리 정부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2011년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는 통일 비용에 대해 "북한 주민들의 1인당 소득이 한국인 수준에서 크게 뒤떨어지지 않게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이라고 정의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이석 KDI 연구위원은 남북한 경제에는 근본적으로 세 가지 비대칭성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소득 수준이 다르고 산업구조에 큰 격차가 있으며 경제 체제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2010년 한국 인구는 4887만명으로 북한 2418만명보다 2배 이상 많다. 국민총소득(GNI)은 한국이 1173조원, 북한이 30조원이다. 1인당 국민총소득은 한국이 2400만원, 북한이 124만원이다. 쉽게 말해 북한 주민 소득을 현재보다 19.3배 높이는 데 필요한 비용이 통일비용이다.

하지만 여기서 고려할 것이 또 있다. 바로 인프라스트럭처 비용이다. 한국의 도로 총연장은 10만5565㎞로 북한 2만5950㎞에 비해 4배 이상 길다. 발전 용량은 한국이 7665만㎾로 북한 697만㎾보다 10배 이상 많다. 시중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 자본주의 시장에서만 존재하는 금융 시스템도 북한에는 없다.

◆ 북한주민 소득을 한국인 대비 80%로

이런 격차를 해소하는 데 얼마나 필요할까. 일단 2009년 이후 나온 최신 연구 결과물을 살펴보면 370조원에서 5796조원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렇게 편차가 큰 것은 시나리오별로 통일 시점과 통일 방식에 대한 전제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통일이 이르면 이를수록, 점진적으로 이뤄질수록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이 한결 같은 논리다.

피터 벡 스탠퍼드대 아시아ㆍ태평양센터 연구원은 남북한 통일비용이 30년간 2조~5조달러(약 2318조~5796조원)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또 한국 국민 1인당 4만~10만달러 수준으로 통일비용을 분담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금액은 북한 주민 소득을 한국 대비 8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30년간 지불되는 비용의 총합이다.

미국 랜드연구소 국제경제전문가인 찰스 울프 수석연구원은 통일 비용을 1조7000억달러(약 1970조원)로 추산했다. 이는 북한 주민 소득을 한국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경우다. 반면 북한 GDP 수준이 향후 5~6년 안에 현재보다 2배 정도 높아진다면 남북한 통일비용을 620억달러(약 71조원)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통일부는 시기별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2020년 통일이 이뤄진다면 1261조원, 2040년 통일이 된다면 3277조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미래기획위원회는 3220억~2조1400억달러로 추산했다. 2011년 통일이 이뤄졌다는 전제로 소요 비용은 점진적 통일일 때 낮았다.

조세연구원은 통일비용에 소득 수준 외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추가했다.

독일식으로 당장 통일된다면 당장 통일한국은 GDP 대비 12%를 통일비(2008년 기준 122조원)로 투입해야 하고, 여기에 더해 북한 주민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적용한다면 통일한국은 GDP 8% 수준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통일 이후 조세부담률을 2%포인트 올려야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 편익의 함수 7305만 내수시장

비용과 동시에 따져봐야 할 것이 편익이다. 경제규모 면으로 통일 대한민국은 7305만명의 인구를 보유한 국가가 되면서 인구 순위로 세계 18위가 된다. 프랑스 6400만명, 영국 6130만명, 이탈리아 5810만명보다도 많다. 부수적으로는 국방비를 줄일 수 있고 장기적으로 징병제를 폐지한다면 생산가능인구를 늘릴 수 있다.

영토는 현재보다 2.2배 넓어지는데 북한에 매장된 광물도 이용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북한 광물 잠재가치는 7000조원으로 남한보다 24.1배나 높다. 현재도 북한은 철광석 생산량이 509만t으로 한국 51만t에 비해 10배 정도 많다. 석탄 생산량도 2500만t으로 한국의 10배 이상이다. 남한의 자본력과 기술력, 북한의 노동력과 자원이 만나 경제성장에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통일연구원 연구도 있다. 한국은 통일 직후 10년간 GDP 대비 6.6~6.9%를 통일 비용으로 지불하지만 연간 11.25% 경제성장률을 달성해 제2 도약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분단 리스크가 영구히 제거되면서 국가신용도가 상승하고 자금 조달 비용이 줄어드는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비용은 당장 지불하고 편익은 서서히 나타난다는 점에서 비용을 부담할 대상이 정해진다. 통상 30년간 통일비용이 투입되고 편익이 30년 후에나 돌아온다고 가정한다면, 현 30세는 은퇴하는 60세까지 비용을 지불해야하고 현 10세는 큰 비용 지불 없이 편익을 누릴 수 있다는 논리다. 따라서 현 세대가 미래 세대를 위해 마련하는 투자자산이 통일 비용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