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편지글(서한집)

여생 -KBH에게

imaginerNZ 2011. 5. 29. 19:01

 

여생 -지금 씀.

 

우리에게 남겨진 것,

남겨질 전부,

 

영원한 망각에 잠긴 바위를 향해 

파고 새기는 어떤 조각가에게 건네는

지나가던 나그네의 평범한 몇 마디에

말없이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짓는

묵묵한 미소의 환한 나래짓에

 

자유라는 이름의 허수아비 너머 사뭇이 바라보며

더 이상 영글기를 바라지 않는 열매의 자중에

더 이상 도달하기를 바라지 않는 유랑의 해변에

 

만남, 동행, 이별에

경건, 거룩, 고절, 겸허에

생명, 순박, 사랑, 그리움에

 

바람은 언제나 다른 방향에

생소하여 투정하는 무늬를 그리고 

한 그루 나무는 있는 그 자리에 자신의 고독안에 서 있다.

[11:35pm, April 9, 2006 ; 대치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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