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생 -지금 씀.
우리에게 남겨진 것,
남겨질 전부,
영원한 망각에 잠긴 바위를 향해
파고 새기는 어떤 조각가에게 건네는
지나가던 나그네의 평범한 몇 마디에
말없이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짓는
묵묵한 미소의 환한 나래짓에
자유라는 이름의 허수아비 너머 사뭇이 바라보며
더 이상 영글기를 바라지 않는 열매의 자중에
더 이상 도달하기를 바라지 않는 유랑의 해변에
만남, 동행, 이별에
경건, 거룩, 고절, 겸허에
생명, 순박, 사랑, 그리움에
바람은 언제나 다른 방향에
생소하여 투정하는 무늬를 그리고
한 그루 나무는 있는 그 자리에 자신의 고독안에 서 있다.
[11:35pm, April 9, 2006 ; 대치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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