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편지글(서한집)

2005년을 보내며

imaginerNZ 2011. 5. 29. 19:04

2005년을 보내며

 

올해도 마지막 날입니다.

누구나, 당신이나 나나 소회가 있을 것입니다.

다 과거지사.

흘러간 것들은 저들만의 세계에 잠겨 서로 끼어 엉키며 꽉 부둥켜 안고  있네요.

생과 사가 한 덩어리가 되어,

그 안에 모든 슬픔, 애환, 눈물, 설움, 증오, 분노, 환희, 희망, 절망 등의

희노애락 오욕칠정이 다 뭉뚱그려진 채,

동시광적한 순수와 고결함과 숭엄함과 거룩함과 신성함마저도 다,

창조와 파괴와 소멸의 미학까지도 죄다

뭉뚱그려진 채,

그렇게 과거에 한데 예외없이 잠긴 채,

영원한 침묵에 젖어 슬어가고 있네요.

 

저홀로 깊은 과거는 현재의 순간에 근접하는 시간성 안에서 폭발한 초신성(super nova),

그 행불행의 덩어리가 파쇄비산하여 거대한 가스구름에 휩싸이며,

전인권의 노래말마따나 '돌고 돌고 돌아' 또 다시 새로운 질서를 잉태하겠지요.

모든 생명있는 것들의 삶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그건 바로 이것입니다.

'살며 사랑하여 그리워하다, 마침내 있는 그대로 깨닫다.'

 

어찌보면 인간의 진화가 낳은 문명과 문화의 집적도

어떤 사회적인 이상향도

어떤 선도적인 예술이며 학문과 어떤 합의적으로 강고한 제도도

인간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만 국한된 것이라는 것을

현재까지의 역사적 인간은 개안적으로 깨닫지 못하고 있답니다.

아직도 인간은 심리적인 천동설에 머물러 있는

그대로의 현상인 지동설을 받아 들이지 않고 있으며

그래서 단순히 인간이 바라보는 하늘이 아닌 우주의 외눈매의 입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답니다.

몇 몇 초인들만 제외하고.

 

역사상의 몇 사람은 우주견자의 자세를 깨달은 바 있습니다.

우주견자에 가장 근접한 역사적 인간은 석가모니가 유일합니다.

과학이 발전할수록 여러 종교에 나오는 세계관은 비과학적임이 드러납니다.

그러나 불교의 세계관과 연기설은 과학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그 포괄적이며 인유적인 세계관이 사실임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 이유는 아주 소박한 것입니다.

석가모니가 우주견자의 경지에서 모든 것을 헤아리고 설파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우주견자의 심성은 '깨달음 후의 그리움'이겠지요.

 

향후에 나는 인간을 포함하여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궁극적이며 우주적인 감수성인

'그리움(Grium)'을 발한 사람으로 남기를 소박히 희망합니다.

그것은 우주견자의 입지에서 말해졌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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