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Monologue)
여기에서,
모든 것은 책 속에 갇혀 있다.
책 속에 남겨진 체취와 족적과 음성들...
글은 태어나면서 죽은 채 부활과 영생을 꿈꾸고 있다.
오래전에 노장은 책밖으로 걸어나와 길을 떠났다.
사상의 편서풍 속에 감성이 증발하는 해동(海東) 너머로
뭇넝쿨이 스스로 비틀어 꼬으며
세월에 묵은 고목들을 휘감아 뻗어나가는
불변의 그늘에 가득한 장대한 숲이여!
괴괴한 산맥에 적적한 강물이여!
대양에 이는 모든 메아리의 파고여!
무구의 동요 부르며 책을 벗삼고 있는
인류의 철없는 마음은 현실에 수줍어 숨은 듯하고
언제나 그렇듯 역사의 탈은 마지막 분장을 마쳤고
앞지르는 상황은 자신의 노예들로 넘쳐나고 있고
애오로지,
하늘은 옛푸르고 별들은 광막히 빛나며
상황은 다만 고요에 잠겨 있을 뿐!
(200906081733 엘리엇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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