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구도시·금언

정적(靜寂)의 발굴(拔掘) -작성 중

imaginerNZ 2009. 1. 25. 03:20

 

                                         타클라마칸 사막 

 

 

 

 

 

 

 

정적(靜寂)의 발굴(拔掘)

The Excavation of Silence

 

 

어느덧 세월의 중용에 나긋이 절어 서서히 삭아가는 머리채와

덧없이 미추(美醜)를 겨루고 끊임없이 인상을 지으며

처음에 마지막인 듯 세상을 겪었던 두개골과

푹 파인 두 눈.

 

형체없이 삭아내린 콧대의 숨구멍 아래

일시에 만감을 내뱉으며 사랑을 부르며 끝없이 부드러웠던 혀와

말과 침묵을 수없이 떼었다 붙이며 삶을 교감했던 입술에

삽시에 웅크린 채 까마득히 가늘어지는 소리로 죽어버린 달팽이관.

 

마주한 안구에 대고 자근히 누르던 쇄골 아래

오, 일평생의 맥동에 미세히 울리며 견고했던 흉곽의 성이여!

한 때 세상을 죄다 껴안으려 했던 두 팔뼈의 드러누운 평행과

그러쥘 수 없었던 운명을 못내 놓아버린 열줄의 손마디 마디 뼈들이며

삶에 생경했던 걸음에 휘청일 듯 한없이 가늘어지고 있는 다리뼈의 하얀 토운.

 

사라져 간 것들이 취주하는 회상에 그윽히 눈 먼 피리소리 너머

삶에 동화하려 했던 정감의 마지막 문신인 듯 

어느 갯가에 화석화된 발바닥 뼈에

한없이 무르게 울리던 원시의 파도소리 겹겹이

... ...

 

이제 인류의 발굴을 마쳤으니,

영원할 듯 깊이 잠들었다 언젠가 다시 태어날 그대여!

살아생전에 아무도 듣지 못했던 정적의 소리가

영생의 귓바퀴에 비로소 들려오지 않는가?

(200901250320 엘리엇 킴)  

 

 

 

 

 

 

'엘리엇 킴 작품방 > 구도시·금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믿음  (0) 2009.01.26
사랑의 침묵(Silence of Love)  (0) 2009.01.25
삶의 예(藝)[The Art of Life]-수정  (0) 2009.01.22
나무(木) [A Tree]  (0) 2009.01.17
만남과 헤어짐(Meeting and Parting)-수정 중  (0) 2009.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