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클라마칸 사막
정적(靜寂)의 발굴(拔掘)
The Excavation of Silence
어느덧 세월의 중용에 나긋이 절어 서서히 삭아가는 머리채와
덧없이 미추(美醜)를 겨루고 끊임없이 인상을 지으며
처음에 마지막인 듯 세상을 겪었던 두개골과
푹 파인 두 눈.
형체없이 삭아내린 콧대의 숨구멍 아래
일시에 만감을 내뱉으며 사랑을 부르며 끝없이 부드러웠던 혀와
말과 침묵을 수없이 떼었다 붙이며 삶을 교감했던 입술에
삽시에 웅크린 채 까마득히 가늘어지는 소리로 죽어버린 달팽이관.
마주한 안구에 대고 자근히 누르던 쇄골 아래
오, 일평생의 맥동에 미세히 울리며 견고했던 흉곽의 성이여!
한 때 세상을 죄다 껴안으려 했던 두 팔뼈의 드러누운 평행과
그러쥘 수 없었던 운명을 못내 놓아버린 열줄의 손마디 마디 뼈들이며
삶에 생경했던 걸음에 휘청일 듯 한없이 가늘어지고 있는 다리뼈의 하얀 토운.
사라져 간 것들이 취주하는 회상에 그윽히 눈 먼 피리소리 너머
삶에 동화하려 했던 정감의 마지막 문신인 듯
어느 갯가에 화석화된 발바닥 뼈에
한없이 무르게 울리던 원시의 파도소리 겹겹이
... ...
이제 인류의 발굴을 마쳤으니,
영원할 듯 깊이 잠들었다 언젠가 다시 태어날 그대여!
살아생전에 아무도 듣지 못했던 정적의 소리가
영생의 귓바퀴에 비로소 들려오지 않는가?
(200901250320 엘리엇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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