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나는 내가 떨구는 글의 낙엽에
작자이고 독자이며 그리고 제삼자다.
거기에 무엇이 덧붙여지거나 씌워지거나
벗겨지거나 혹은 어떻게 장식되기를 원치 않는다.
세월의 바람결에 기억하거나 망각하거나
혹은 어중간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러니, 그대들은 그대들의 삶과 죽음을 겪으면서
나를 이 세상의 어느 한 구석에서 살아 있든 죽든
그냥 이대로 내버려두고 건드리지 않기 바란다.
영원히.
문제는,
내가 현세의 어느 대장간에 들어 풀무질에 메질에 담금질한 적이 없고
살아생전에 그대들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무얼 부탁한 적도 없었다는 점이다.
다만 별밤하늘 속에 나는 평안히 잠들고 싶을 뿐이다.
원적함에 잠들어 있을 나에게
들릴만큼 가까이에서
나에 관해서 뿐만이 아니라
이 작고 푸른 조약돌 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떠들지 않기 바란다,
시끄러우면 부시시 깨어나
그대들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200805240413 엘리엇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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