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우주와 자연 시

자연방법선언 -2

imaginerNZ 2008. 4. 23. 23:01

 

 

 

 

 

자연방법선언 -2

 

자연을 바라지 않아

아늑히 먼 원시의 꿈인 듯

여기에 도로 잠기려니,

 

한 마리 배부른 사자의 살아 무상한 눈매에

가녀린 사슴의 동체에 매여 움짓하는 두 귀에

하늘과 땅 사이를 가르는 수리의 눈매 혹은

어스름녘 나뭇가지에 깃든 후투티의 어두워가는 부리에

햇살 아래 바다코끼리 군상의 해변에서

그 앞바다 속을 유영하는 지느러미의 어떤 표정에

누가 '예' 혹은 '아니오' 라 말 할 수 있을까?

동물은 아니더라도.

 

식물은 아니더라도

홀로 서 있는 고목을 꿈꾼다.

한 그루 떡갈나무의 속깊은 뿌리에

식물의 민속을 춤추는 흔들가지들의 연무에

일제히 까르르 웃고 있는 잎새들의 동요에

어떤 바람이 잘 날 있을까?

 

태어남과 동시에

귀에 깊숙이 멀어가는 귀,

눈에 이윽고 어두워지는 눈,

 

모든 향미와 빛깔의 저편에,

감촉의 생생한 껍질 밖에,

거른 다미와 취기의 승화하는 머리채 위에,

모든 향수(鄕愁)와 정화(淨化)의 하늘여울 너머

 

이 세상 한 귀퉁이에 있는 그대 심신에 

그 무엇이 되어 영혼은 고적히 머물고,

그대의 어떤 도인(道人)이나 현자(賢者)가

영혼의 깃끝을 자연의 품안에 들이고 있을까?

 

어떤 산맥의 숭고한 깃들임도

어떤 바다의 장대한 고요함도

어떤 하늘의 심오한 푸르름도

한갓 모순처럼 감성의 묘약에 취하여 바라보지 말지며, 

 

어떤 위대한 예술도

느낌의 순들이 돋아나는 가지 끝에 잠시 맴돌다,

흩어져 가는 바람이 남기는

높새의 회오리에 쓸리고 있으니,

 

잠들기 전에,

다만 영원히 잠들기 전에

삶을 어떤 생경한 사건에 감성의 증거로 남기지 않아도

모든 영혼의 깃대 끝에서 구원은

숨죽인 채 나부끼고 있으니,

 

결국 삶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듯

우리 마음의 수정체는 렌즈가 아님에,

그 정도면 족하지 않은가?

어느 누구의 마음 속 탁발승에게도.

 

그러니 어떤 것도 바라지 않기에

다만 그리움 띄워 보내던 나래 접어 

꿈인 듯 생시인 듯 어머니 자연의 품안에 고이 내리어 잠들고저.

[200804231052  엘리엇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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