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현대시인들에게 주는 조언-작성 중
[Advice to Eastern Poets]
동양사람들이 대대로 느껴왔듯이
사람은 구도와 세속 사이에서 태어났다기보다,
한 자연인으로 자연의 새싹이 되어 자연의 품 안에 솟아나왔다.
동양에서
구도와 세속이 우주의 비례로 빚어진 현대시가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출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초월을 희구하는 명상의 결과를 달의 언어로 말하는 것과
세속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 읊는 해의 열정, 혹은 그 음영의 서릿발,
이 둘과 그 사이에 열려 있는 광대무변의 공역을 읊는 것이
현대 동양시의 숙명이자 진정한 격(格)이다.
초월적 영성의 오로지 구도와
운명처럼 부여된 개발도상의 과도기 문명 사이에서 생기는 정체성의 부박한 혼란은
자연의 아름다운 구도를 뚝딱거리며 흐트리고 있는 난개발의 와중에 시인들을 낙하시켰다.
제 위치에 놓이지 않은 인공적인 물상들,
그러한 물상들은 자체 및 자연과의 불균형한 전경(全京)의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게다가 그런 흐트러진 날림건축의 전경에서 비롯되는 영성과 물질의 부조화와
그로 인한 미완성의 정신적 혼돈 속에서
일생을 살며 글을 쓰는 시인들은
가능성의 완결에 이르는 외길에 영혼의 눈이 멀어가고 있다.
그 외길은
너무 많은 갈래의 길로 분열하며
존재와 현상의 진리를 불세출의 아름다움으로 맺지 못하고
뭇 개성과 의도에 치우친 채
절로 얽히고 �히며 거대한 실타래의 뭉치로
동양정신의 바닥에 뒹굴고 있다.
거기에서 벗어나 조화와 질서로 나아가는
아마도 지름길은
배낭을 메고 세계 각처의 인간과 풍속과 문화 속에 체류하며
자국과 비교하는 체험을 하면서
더 나아가 세계의 대자연 속으로 걸어 들어가
온갖 기후와 자연의 굴곡 속을 지나며
행선지 없이 천하를 주유하는 것이다.
그리 사노라면
있는 그대로의 자연 속에
있는 그대로의 자연인이 되어
대자연에 조응하는 특유의 잠재성으로
조화와 질서에 어린 시를 읊을 수 있을 것이다.
강물이 멀리 흐르듯,
파도가 밀려 밀려 오듯,
새가 노래하듯,
구름이 흐르듯,
산맥이 스스로 침잠하듯
밤하늘에 별이 총총하듯,
이 모든 것을 하나로.
(200803260400 엘리엇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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