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데모
성공은,
롱코트를 입고
한국에 낯선 나그네의 표정으로
인터넷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일백 년의 변화와 적응을 다시 훑으며
한 외국인의 모습으로, 또 다른 외국인의 모습으로
성공은,
반 쪽의 나라 한 쪽에
그렇게 우연치도 않게 다가왔다
100년 전인 1902년을 회상해 보라.
코큰이들의 사진기에 박힌
그 때 그 시절 대다수 사람들의 복장과 그들의 누룩진 표정을
그 시지푸스의 어둠 속에 싯누런 치열의 미소를
땅따먹기 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붙잡힌 동작을
애기 업은 아낙네의 환한 한(恨)의 미소를
그 배경 속 어수선한 거리와 집과 질펀히 드러누운 길의 흑백풍경을
서양문물이 밀려들어온 지
어언 100 년이 훌쩍 넘은 지금은 서기 2002 년
거기에 2345를 더한 단기
우리의 얽굵은 기억줄기에서 멀어져 가다 또 다른 하멜의 모습으로
공을 차는 기술이 아니라
공을 차는 마음을 가르친
달랑 공 하나 든 외국인 ‘운동코치’의 모습으로
그렇게 성공은 불쑥 다가왔다
그렇게,
온 국민의 ‘다 함께’ 성공은, 사회뿌리의 성공은 넌지시 다가왔고
누대의 역사에 굳게 닫힌 채 아직도 ‘출세’라는 현판을 매단 성공의 문을
밖에서 누군가 빼꼼히 열었다 제풀에 닫으려 할 때
방안 사람들 모다 그 문 붙잡고 신바람 난 얼굴들 첩첩 쌓고
일제히 밖을 바라보았다
IMF의 실패와 월드컵의 성공 겪은
반 쪽의 나라 한 쪽에서
우리 모두의 머리 속에 떠올리던 의문에
참성공은 어렵지 않아 그리도 쉽게 다가오는 법.
또 다른 100 년 바라보며
출세와 명리(名利)의 열외 없이
남녘도 북녘도 없이 다 함께
이제 그 물음을,
성공의 풀뿌리가 무엇인지,
모든 능력에 참이 무엇인지를
모두의 가슴에 스스로에게 던진다.
(05:32am 6/29 2002)
'엘리엇 킴 작품방 > 인생과 사랑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픔-x (0) | 2007.10.27 |
---|---|
술-0 (0) | 2007.10.27 |
시간의 넝쿨 끝(The Tip of Time Vine) -수정 (0) | 2007.10.24 |
제주도 4. 3절 추모시 -수정 (0) | 2007.10.09 |
네 곁에서 [By Thee] (0) | 2007.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