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로 밝혀보는 한민족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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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규·서울대 의대 교수·내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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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보는 독자들은 우선 당뇨병을 치료하는 내과의사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우리 민족의 뿌리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 하고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고백하자면 필자는 당뇨병 연구를 하다가 우리 민족의 뿌리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는 1980년대에 ‘1형 당뇨병’과 조직적합성 유전자(Histo-compatibility antigen, HLA)와의 관련성을 한창 연구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어떤 특정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보기 드문 1형 당뇨병에 잘 걸린다는 것을 알고 그 상관 관계를 확실히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던 중이었다. 이 때문에 1986년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국제회의에도 참석하게 되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의학자들의 발표 자료를 보니 지역별로 유전자들의 빈도가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특히 중국 북부지역 사람들과 남부지역 사람들의 차이가 뚜렷이 나타났다. 또 일본인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유전자들은 아주 비슷하며, 중국 북부인들과 우리나라 사람들도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의학적으로 여러가지 병을 앓는 사람들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대조군이라고 부름)과도 같이 비교해보아야 한다. 그래야 어떤 유전자가 병을 일으키는지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국제회의에서도 건강인들의 자료를 따로 모아서 지역별로 그 분포를 분석하는 논문, 즉 인류학 연구 부분의 보고가 특별히 마련돼 있었다. 그런데 그 결과를 보니 당시 필자 같은 인류학의 문외한도 “아! 유전적으로 보면 한국인·일본인·중국 북부인은 비슷하고, 중국 남부인과 기타 남방 지역의 사람들과는 다르구나” 하는 점을 금방 알 수 있었다. 필자는 이 대회를 마친 후 한국으로 돌아와서 질병과 유전자 간 관계를 좀더 깊이 연구하려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유전자 배경(뿌리)을 파악해볼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일환으로 여러 학자들을 만나 주변 정보를 알아보았다. 그런데 단국대에서 고대사를 연구하는 윤내현 교수를 만나 필자의 의도를 설명하고 배움을 청하는데, 오히려 윤교수는 무슨 내용인지 (한민족)학회에 한번 발표를 해달라는 것이 아닌가. 혹 떼려다 혹 하나를 붙인 셈이었다. 결국 거절하지 못하고 성신여대 박경숙 교수의 도움을 받아 논문을 써서 한민족학회지에 발표하는 ‘외도’를 하고 말았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결국 당뇨병의사로서 한민족의 뿌리를 밝히는 일에 매달리게 된 것이다. 아무튼 필자는 당시 한민족학회지에 발표한 글을 기초로 하고 최근의 연구 성과를 덧붙여 한민족의 유전적 뿌리를 좀더 세밀하게 찾아보고자 한다. 모든 동물들 중에서 원숭이와 인간이 가장 비슷하다는 것은 동물원에 한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러면 원숭이, 침팬지, 고릴라 중 어느 것이 인간과 가장 가까울까. 지금 우리는 분자유전학적 연구를 통해 인간은 침팬지와 가장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후 지금은 멸종된 많은 중간 단계의 유인원들과도 관계가 있었다는 것을 리키 등의 연구로 알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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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설 | ||
다윈과 헉슬리는 인간이 아프리카에서 발생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단순히 사람과 비슷한 원숭이와 고릴라 등이 아프리카에 가장 흔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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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토콘드리아 이브 | |||
스트링거가 지적한 것처럼 어떤 한 지역에서 인류가 나타나 다른 지역으로 그 일부가 이주하게 되는 경우(노아의 방주 모델), 인류의 원(原) 발생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유전적 변이는 이주하여 사는 사람들의 유전적 변이보다 훨씬 다양하다. 가령 일본 오사카에 이주하여 사는 우리 동포나 연변지역에 사는 우리 동포의 유전적 변이는 그 중심지인 서울의 유전적 다양성에 훨씬 못미칠 것으로 짐작된다. 물론 이는 엄격한 의미에서 유전적 차이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한민족의 특성’을 기준으로 한 비유적인 의미에서다. 한민족의 뿌리를 찾아내기 위해 mtDNA를 분석하는 일은, 우리들의 어머니 유전자가 다른 사람들의 mtDNA와 얼마나 비슷한지 알아보는 친자감별법을 크게 확대한 것으로 생각해도 좋다. 이런 식으로 보면 mtDNA의 변이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서 가장 다양하게 나타났고, 분자시계 개념으로 계산할 때 가장 오래된 변이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아프리카에서 이 mtDNA를 가진 여성이 우선 나타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세계 각처 사람들의 mtDNA 분석은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또 분자인류학적 연구 수단으로 많은 연구를 해오고 있다. 지금 각 지역 사람들의 특성을 ‘하플로 그룹’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그 자세한 것은 미국 에모리대의 더글러스 월레스가 운영하는 Mitomap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한편으로 사람의 성을 결정하는 것은 성(性)염색체다. 이른바 Y염색체가 있으면 (XY) 남자가 되고, 그것이 없으면(XX) 여자가 된다. Y염색체에 있는 어떤 특성, 즉 어떤 유전 요소는 민족에 따라 크게 다르게 존재한다. 그러나 이 요소는 유전인자가 아니다. 어떤 형질을 나타내는 것, 즉 표현형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토씨처럼 그냥 따라다니는 DNA 염기서열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이 실제 인체 게놈에는 엄청나게 많다. 그래서 유전자에 기생하는 이기적 유전자(요소)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무튼 이 요소를 포함한 여러 유전자의 변이를 분석한 결과 최근 남자의 원형은 약 5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나타난 것으로 결론이 났다. mtDNA 분석 결과와 시간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것 같으나, 분자시계법으로 얻은 수치의 오차는 상당히 커서 수만년의 차이 정도는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 대한 연구는 단국대 김욱 교수의 업적을 위시하여 일본 학자들에 의해 많이 이루어졌다. <그림 1>는 최근 에모리대의 월레스와 스탠퍼드대의 피터 언더힐 및 루카 카발리 스포르차의 자료들을 종합해 ‘뉴욕타임스’의 스티브 듀에네즈 기자가 그린 인류의 이동도다. 단 바이칼호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화살 그림은 필자의 이론에 근거해 수정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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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의 뿌리는? | ||
아프리카에 있던 네안데르탈인에서 현 인류의 조상이 나왔고, 이들이 세계 각처로 이동하였다면, 한민족의 뿌리는 대체 어떻게 찾을 수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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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과 아메리카 인디언은 한뿌리 | ||
유전자 풀이란 한 종류의 생물집단이 가진 유전자의 다양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가령 혈액형(A, B, AB, O)에 따른 사람들의 분포는 각각 A형이란 유전자와 B형이란 유전자가 얼마나 그 집단에 있냐에 따라, 즉 A와 B 혈액형 유전자 풀에 의하여 결정된다. 실제로는 혈액형을 따지는 것이나 혈액형을 결정하는 유전자, 즉 DNA의 변이를 따지는 것이 훨씬 자세하게 그 실상을 알게 해준다. 서론에서 지적한 바 있지만, 중국 북부인과 남부인 사이에는 이러한 혈액형의 차이가 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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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부 아시안은 언제 갈라졌나 | ||
즉 한민족의 뿌리는 두 갈래다. 그리고 그 주류는 인구 숫자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북방 아시아인이다. 이러한 사실은 그간 많은 고고학적 연구나 문화인류학적 연구 결과와 합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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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 호수는 원래 저지대 | ||
즉 <그림 1>에 나타난 이동은 1만5000년 전에 빙하가 녹으면서 시작된 것이다. 나는 바이칼호수의 물이 대부분 이때 쏟아져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의 바이칼호를 지금 흘러들어가고 있는 물로 가득 채우려면 약 400년이 걸린다니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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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유전적으로 하나의 민족 아니다 | ||
결국 유전적으로 보아 우리 민족의 뿌리는 크게 두 갈래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 중 70∼80%는 북방계이고 20∼30%는 남방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기타 일부 유럽인과 다른 그룹이 섞여 있다. 필자는 이러한 유전자 구도가 구한말 이제마 선생이 주창한 사상체질의학(四象體質醫學)의 유전적 근거가 될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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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들의 경쟁 | ||
필자는 더 자세한 결론을 얻기 위해서는 동북아시아 사람들에 대한 유전자 풀 분석이 진행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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