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수상록·에쎄이

예술론-6(영혼의 예술 -고호의 감상자들에게) -작성 중

imaginerNZ 2011. 8. 12. 15:29

예술론-6(영혼의 예술 -고호의 감상자들에게)

 

최근에 '고흐-영혼의 편지'라는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의 1/8정도에 해당하는 앞부분을 읽고 있는데,

그의 목소리 속에 들어 있는 내 목소리를 들었다

순결한 인류영혼의 목소리를.

 

일례로 내가 쓴 시,

'내 안에는 무언가 있다'라는 말을

그는 이미 120여 년 전에 하고 있다.

형언할 수 없는 어떤 느낌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고흐가 쓴 편지글에서 나는 내 안에 있는 무엇인가가

스스로 중얼거리는 강렬하면서도 애틋한 목소리를

되돌아 오는 아득한 메아리로 간결명료히 들었다.

 

예술가의 삶에 대한 예술가의 태도,

자연에 대한 성찰, 

예술가로서 진정성만을 추구하는 자세,

예의 완성을 추구하는 결연한 몰입의지와 

피안의 경지를 향해 타오르는 열정과 부단한 연습, 

생활의 필요성을 극소화하면서도

그림에 필수적인 재료인 물감과 종이와 모델에 필요한 돈에 대한 걱정과

동생 테오에게 사정의 급박함을 전하는 절절한 심정.

예술에 바친 이 모든 진정성에 차오르는 그림과 필치!

 

그에게서 나는

고결하고 심오하며 장려한 인류영혼의 구극적 연대감을 느낀다

혈육보다 더 진질하고

우정보다 더 친밀하고

사랑보다 더 동질화한

 

어떤 갈래정신의 가교도 없이

내부의 힘과 깊이를 한없이 헤어 돌아

마침내 다다른 아득히 머나먼 이곳, 별밤하늘의 고향에서

필사의 묘역을 비추는 가장 찬란한 근원의 빛살 속에

원래 있었기에 있어야 할 그 자리에 함께 서 있는

살아생전에 묘사되지 않을 온세상의 진풍경 속에  

인류영혼의 초상에 자연일체로 깃든 채

 

숱한 예인들의 숱한

사색과 고뇌와 열정이 인류의 역사에

고행과 사랑과 그리움으로

얼만큼 깊이 배어 있는 것인가?

 

예술은

대자연의 섭리가 속속들이 마음에 배어들어

부족함도 넘침도 어긋남도 없이 도로 비워내어 표출하는 것

오로지 한 인류의 순정(純精)한 심성으로

 

말없이,

끊임없이,

한없이, 

 

현재라는 불완전한 성취에 만족 없는 완성을 향해

온 몸에 온 마음으로 온 영혼을 다 바쳐

어느 한 곳에 머무르지 않아

절대무인지경에 불멸의 열정을

잿불 속에 저홀로 사루어 남김 없는 것

 

광막한 우주의 시공에

겨우 하나의 작디작은 반딧불이 삶이 

원융무애한 태초의 기억 속에

유일하게 독자적인 거룩한 표상으로 

사라지는 듯 아스라한 빛살의 메아리로 번져 나는 것

 

신의 발치 아래

대자연의 품 안에서

인류영성의 물음표를 가장 아름답고 고결한 사랑의 방식으로

오로지, 가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을 표정하는 것

마침내 다다른 확 트인 은감빛 온누리에서

 

이 점을 고흐에게서 공감한다

시대와 인류를 넘어서서.

(201108121514 엘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