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구도시·금언

바람의 말 -시적 의문(詩的 疑問) -수정

imaginerNZ 2009. 3. 19. 14:35

바람의 말 -시적 의문(詩的 疑問)

 

금세기는 지나갔다 다음 세기도 그 다음 세기도

어느덧 모든 시간은 미래를 지나가고

인류 이후에 인류가 자신의 역사와 과거 속에서만 살고 있었음을

신은 아시겠지?

새벽녘에 자신의 대장원을 홀연히 거닐며

 

이 알쏭달쏭한 무의식의 해변에서 

아이의 물망울에 뜨는 의식의 곶과 그 너머의 시선을 한데 쓸며

지존의 시공을 경배하는 성직자의 모습으로

삶을 질투하며 겨누는 햇살의 숱한 쇄상의 칼날빛 번득임 속에

역사에 문명을 건망하는 눈 먼 심장으로

돌아서지 않을 과거를 회억하려는 듯 미래의 선듯한 잔등을 더듬으며

떠나지 않는 달님을 유일한 연인이라 여기며 외사랑하고 아파하며 그리워해 볼까?

 

모든 제도의 서약을 꾸겨쥔 채

생명의 사랑이 호된 시련이 아님을 무상한 일생으로 증명하려 존중하며 무던히 애써 볼까?

詩도 藝術도 아닌 다른 그 무엇에 현세를 탐색하고 애증하다

결국 속절없이 난파하는 자들의 어느결에 잠시 머무는 호상객이 되어 볼까?

 

순간 속에 익사해 가는 자아의 가면을 벗고 인면도 벗고

떠도는 발길에 삶의 여정을 일임한 채

염원의 돛을 단 한 척의 배에 술렁이는 심사의 水夫가 되어

갈매기처럼 갈메처럼

하얀 뭉게구름에 수평선의 깃을 갖다대어

무람히 오가듯 몇 손가락의 소망을 애잔하리만치 부드러이 탄주해 볼까?

 

생사에 초탈이 각필한 그리움의 잠언에 들어 있다

천상의 초입인 파도의 끝으로 솟구쳐 오르는 돌발감을

세계의 은밀히 숨겨진 상처의 노출이라 자화자찬하며

인류감성의 힘을 오로지 기대하고 느끼고 확신하며 또한 거기에 이미 지난 듯 영원히 머물러 볼까?

 

모든 종교의 창세기에 언약되고 역사에 인증된 어떤 지렁이의 꿈틀거리는 기호를 서로에게 송수신하다

속 깊이 잠든 우주의 처마 밑에 풍경소리 흔들며 침묵의 서를 비밀히 곡조해 볼까?

혹은 겨우내 고뇌의 바위를 안으로 안으로 껴안다

혹한의 끝, 간빙의 잔설 사이로 늘푸른 이끼가 되어 볼까?

 

살아생전에 어느 무엇에게, 과연 누구에게 시간의 벡터로 다가가 열린 대화를 자청할 수 있을까?

 

스스로 돌아묻지 않는 하늘이여,

타르초 깃발이여,

라마여,

라마여,

라마여!

 

어느 한 곳에 영원히 머무르지 않음이여,

바람 찬 흙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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