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 -
차축시대 이후로 우리 인류는 어떤 궁극적 상태를 희구해 왔는가?
세계는 있는 그대로 있다.
진선미는 어떤 정의나 계율이나 표현이라기보다 다만 '불확정적'이다.
인류사의 성현들이나 예지자들은 자신이 엮어 만든 그물(網)을 세계를 향해 투척해 왔다.
인류가 지구상에 존속하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이상 넓어지지 않는 그물망의 투척범위와 그물코의 크기는 오히려 점점 더 좁아지고 더 촘촘해지고 있다.
문명의 여명기에 세계각지에서 인류의 선조들이 던졌던 것과 같아 영영 변함없을 방식으로
각 지역별로 그리고 각자 그물을 던지고 있다.
그들은 그들의 정신이 세계를 향해 던진 그물로
저만의 0 안에서 둥글게 휘며 펄떡이는 어떤 물고기들을 건져 올리고 있다.
그것은 삶의 어떤 공통적인 표정이다.
그 표정에는 원천적이어 내재적인 생명의 동인이 바다처럼 멈춤없이 출렁이고 있다.
생명이 파악하는 세계는 0 안에 들어 있는 일부로 스스로 발산하면서 온전한 0에 수렴하고 있다.
0은 모든 수의 근원이자 전체이며 세계를 드러내는 유일무이한 기호라 할 수 있다.
0은 우리가 파악하는 세계의 한계기호이자 궁극적으로 신의 기호이며
인간정신의 모든 한계와 가능성과 그에 해당하는 표현을 동시에 함유하고 있다.
십자는 0의 내부적 균형을 상정하면서 또한 인류정신의 방위표지의 역할을 한다.
그대가 0 안에 세상의 모든 좌와 우, 이어서 천상의 이상에서 지상의 현실로 성호를 그을 때
0의 중심점, 곧 세계의 한가운데에 서 있음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영원한 현재 속의 거기에 모든 인류와 함께 깃들기를 간구하라.
거기에 진화와 인류문명이 여지껏 져 온 모든 삶의 짐을 말없이 부려 놓으며
우리가 우주의 0 안에 '있는 그대로' 영원히 머물러 있음을 상기하라
모든 신의 뜻 안에서.
(200812090145 엘리엇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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