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수필집(미셀러니)

수필+시 -정지용님을 추모하며(옥천신문)

imaginerNZ 2008. 8. 16. 00:28
정지용님을 추모하며...
엘리엇 킴(뉴질랜드 거주)
2005년 12월 16일 (금) | PDF (804호)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이 글은 뉴질랜드에 거주하고 있다고 밝힌 엘리엇 킴이 우리 고장 정지용 시인의 생가를 방문해 느낀 소감을 옥천문화원에 보내온 것입니다. 옥천문화원으로부터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엘리엇 킴입니다. 오래 전에 전국일주를 하다가 귀경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참배했던 곳이 정지용 선생님 생가터였습니다.  그때는 생가 복원공사가 한창이어서 문짝은 없고 기둥 몇 개와 톱밥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마침 도착한 때가 밤이었는데 휘영청 보름달이 떠 있었죠. 그 밤에 저는 생가에 앉아 스승님과 한국문학에 대해 생각을 했습니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저는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후 오랜 세월이 흘러 23년간의 기다림 끝에 2000년부터 시와 수필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외국생활도 좀 했구요. 그러다 제 마음 속에 앙금으로 남아 있던 스승님에 대한 추모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몇 편의 졸시를 추가했습니다. 미력이나마 이 시들을 스승님의 영전에 올려바치고 싶습니다. 후손되시는 분들께도 제 시를 전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옥천문화원의 무궁한 발전과 더불어 스승님의 유지가 잘 발전되고 계승되기를 마음으로 빌겠습니다. 앞으로도 이메일로 연락을 지속했으면 좋겠습니다. 가족분들, 옥천군민 여러분들도 모두 함께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정지용 님을 추모하며

 

그 굳다문 입술에 머금은 미소 드러나지 않음을
반백 년 후에 따라 지으며

그 유독했던 해에
누추하리만치 흔했던 절명 중의 하나로
포탄이 자타를 작렬하며 생에 혼을 채어 내는 순간에
그 굳다문 입술 사이로 새어났을 외마디 신음소리
세월의 길이로 끝 멀리 메아리지고

 

어느덧 늘어진 세월이 제 물길 내리다
그 강물에 목 축이는 뉘 입술에 어쩜 배어
사람의 모국어로 명증히 삼기는 소리에
현기(眩氣)어린 정론(正論) 듣고 흠향하소서.

 

도(道)의 느낌을 절로 알고
힘써 이루어 조탁하려던 꿋꿋한 마음씨에
님의 아름다운 물여울 어우를
그윽한 순간 순간 다 놓으시고

 

여한의 붉은 액성이
그 생색에 내음에 뭉게 뭉게 번지며
시대의 강물에 아지랑이 실려
님의 맘에 어른거리는 물무늬 추는 여울에
생정(生情) 잠시 머무르듯 지나

마침내 강물이 되어
역사의 스승인 세월이 먼 눈매로 바라보는
모든 정서의 끝을 짚으며
님의 절반 너머 상실도 함께 읊으며

자연에 한 반주로 적적히 흐르고 있기에

순간의 생생한 생채기인 현재의 부드러운 숨결로
그대 이 땅에 일생으로 순겸(順謙)히 증거했음을
뉜들 한데 깨닫지 못하리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