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외국인의한국평

'원어민'의 영어 vs '외국인'의 영어

imaginerNZ 2008. 7. 23. 21:05
 다음에서 인용하였습니다. -pooshka님께 감사드립니다.
  • '원어민'의 영어 vs '외국인'의 영어 [126] | pooshka
  • 번호 21621 | 2008.07.17
  • 조회 80502 | 추천 추천 132

필리핀 영어, 싱가폴 영어, 인도영어 등등... 영국/미국이 아닌 다른 '영어권 국가'로 어학연수를 가는 사람들한태 '그쪽은 발음이 구리다', '제대로된 영어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만류하는 글들은 참 끝없이 올라옵니다.

하지만 이런글들을 볼때마다 항상 생각하는건... 과연 이 모든게 그렇게 중요한걸까? 입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제가 14년간 해외생활을 하면서 느껴본 점들을 한번 말해 보겠습니다.

우선 전 미국이 아닌 영국쪽에 있었는데 아무래도 과거역사 때문인지 영국에도 인도계가 아주 많지요. 이민 2~3세여서 목소리만 들으면 인도계라는걸 모를 정도의 사람들 부터.. 조그만 상점운영하며 아주 강한 인도식 억양으로 말하는 할아버지들 까지 종류가 많은데, 제가 느낀점은 그 '구린'발음이나 억양도 현지인들은 거의다 알아듣는다는 거더군요. 즉 같은 '외국인'입장에서 보자면 '저사람 영어 참 이상하다'싶을 수도 있는데 아무래도 '현지경험'이란게 상당히 중요한지, 이사람들은 우리가 듣기에는 발음이 이상하여도 현자인들은 모두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는 영어를 하는 경우가 꽤 많더군요.

굳이 영국뿐이 아니라, 유럽을 돌아다니며 여러 언어를 접해보고, 영어를 하는 다른 여러 외국인들을 보면 드는 생각이 - 꼭 '원어민'발음이나 억양이 아니더라도 '현지인이 쉽게 알아듣는 이상한 영어'를 하는 사람들과 '나름 유창하게 말하는듯 한데 현지인들은 왠지 잘 못알아 듣는 영어'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다.

'일반화'를 하는것은 대체로 않좋아하지만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보자면... 아무래도 언어의 유사성때문에 그런지 동양계쪽 외국인보다 같은 서유럽 개통의 외국인들이 영어를 했을때 현지인들은 더 쉽게 알아듣기도 하는듯 합니다.

아주 간단한 예로... 이태리 사람들이 영어를 하는 경우 상당히 강한 이태리 억양과 발음등이 그대로 묻어 나오는 경우가 많고, 강한 독일식 억양/발음이 살아 있는 독일인의 영어는 각종 코메디쇼나 영화등에서도 종종 등장하지요. 하지만... 결정적으로 영국 사람들은 이런 '이상한' 영어를 잘 알아 듣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일본사람이나 한국 사람이 아주 초보시절에는 쉽게 혼동하기 쉬운 v->b, r->l, f->p등의 발음실수가 있거나, 소위 말하는 '웅얼거리는' 영어가 있으면, 우리가 느끼기에는 '이정도 틀렸다고 못알아 들을 지경인가?'할 수 있겠지만 현지인들은 진짜 못알아 듣지요 ㅎ; 마찬가지로, 우리는 같은 한국인이 틀린 영어를 했을때 오히려 원어민 보다 훨씬 잘 알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같은 한국인으로서 발음 구조나 억양에 익숙하기 때문에 'XX라고 말했지만 이사람이 실제로는 OO라 말했어야 되는거지'라고 쉽게 인식이 된다는 거죠.

여하튼 말이 길어졌는데... 이런 의미들에서 생각해 보면 솔직히 필리핀이든 인도든... 보통 한국에서 '영어 발음 구리다'라고 생각하는 지역의 영어도... 무조건 무시할만한건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전 필리핀은 가보지 못했지만 한때 홍콩에 있으면서 필리피노 메이드들을 많이 봤었는데, 확실히 뭔가 다른 영어를 쓰는 것은 느껴지지만 요점은 그들이 하는 영어는 모두 손쉽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는 겁니다. 이런건 싱가폴에 직접 출장을 가서도 느꼈는데, 보통 한국사람들이 말하는 '원어민 같은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어느 상점을 가든 영어로 무리 없이 의사소통이 가능했고, 다소 익숙하지 않은, 소위 말하는 '싱글리쉬'가 많이 섞여있었어도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들을 이해하는데 아무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몇몇 싱가폴 사람들을 보면 확실히 우리가 생각하는 영국이나 미국의 영어는 아닐지라도, 아주 어렸을때부터 영어로 생각하고 말해온게 확실히 느껴지는 '원어민' 영어를 합니다 - 과연 유아시절부터 영어를 자기 제1언어로 해온 사람에게, 단지 영국이나 미국이랑 발음/억양이 다르다 하여 오히려 외국인의 입장인 우리 한국사람들이 '그사람들이 하는건 원어민 영어가 아니다'라는건... 흠.. 좀 생각해 봐야 할듯 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영어권 환경에서 생활을 오래 해보신 분들은 알게 모르게 터득한 자기 고유만의 발음법이나 억양이 있는 경우가 많고, 이건 항상 현지인의 억양이나 발음을 그대로 '복사'한것은 아니라, '부정확할 수는 있어도 내가 쉽게 구현할 수 있는 발음/억양중에서 현지인들이 모두 알아듣는 것으로 검증된 발음/억양'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만해도, 어디가서 영어를 하든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고, 동네 꼬마아이들서 부터 노인들까지 모두 '서로 알아듣고 대화가 가능한' 발음과 억양을 씁니다. 이건 근데 미국식도 아니고 영국식도 아니고... 그냥 제가 오래 살면서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알아듣고 저렇게 말하면 잘 못알아 듣더라'는걸 직접 살면서 경험했기에 아주 장시간에 걸쳐 조금씩 변형되고 축적된 것이지요. 하지만 물론 제 영어는 다른 한국인들이 들으면 '외국서 그리 오래 살았으면서도 아직도 저렇게 발음/억양이 구리냐'할만해요 ㅎ.

그래서... 필리핀이든 싱가폴이든 영국이나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로 어학연수 가는 것에 대하여 사람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보일때... 전 종종 이런 생각이 듭니다.

과연 제대로된 영어 발음/억양이란건 무엇이 기준이고... 더 중요한점은 이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냐 입니다.

이게 과연 소위 말하는 '원어민'과 훨씬 쉬운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같은 한국사람들한태 '원어민 같은 영어를 한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인지...

물론 각자 개인적으로 밖에 대답할 수 없는 문제지만, 영어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모두 한번쯤은 따져볼만한 문제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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