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Here)
살아 있는 동안에
문득 혹은 어느덧 시간의 본성 속에 잠시 서 있다,
어리어 떠나갔던 발길을 되돌려
이곳으로 우리는 돌아온다.
고요하고 평온하며 아늑히 멈춘 시공(時空)의 숲속 빈터로.
온갖 생각과 감성은 영겁의 망각에 빠져 든 돌에
기억이 끌과 망치로 조각하던 구름 결결이
꿈에 그리듯 휘말리고
갖가지 행위와 사건은 지평 없는 들녁에 일진의 갈기를 휘날리며
어스름에 씻은 듯 사라져간다.
고독의 막대한 그림자는 저어기 세상에 나란히 누워 있고
그리움은 보이지 않을 만치 아득히 나래 젓고 있다,
절세(絶世)의 의문이 사라지듯 어디에도 자취를 남기지 않은 채.
자연은 제자리에서 변함없고
시간의 설법에도 아랑곳하지 않아
과히 멀지도 가깝지도 않다.
하늘과 땅이 없고 어떤 기후도 없어
영원한 순간 속에 비어 있으면서 차 있는
이곳에서.
어느덧 일휘(一揮)의 수묵에 배어들어
어디에도 더는 머무르지 않을 그대의 발길이
이곳으로 돌아오다 무심코,
먼동이 트기 직전,
첫새벽이 중얼거리며 다가오는 소리를 잠시 엿듣고 있다.
그리 멀지 않은 동구 밖,
어느 산모롱이 길위에서.
(200807070546 엘리엇 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