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영혼과 명상 시

그 여자에게 나는 말한다-2013년5월29일오후10시51분에수정

imaginerNZ 2008. 7. 10. 02:21
 

그 여자에게 나는 말한다 -한 현상(現象)-2013년5월29일오후10시51분에수정 

                                                                                                        -엘리엇 킴


나는 말한다.

연신, 때로 신중하게 때로 한껏 말한다.

*그 여자는 묵묵히 듣고 있다.

내가 하는 말들은 입가를 떠나

시간 속의 한 마리 나비가 되어 하늘가인 듯 가뭇가뭇 사라진다.


나는 말을 하면서

그 여자의 말이 듣고 싶어지고

그 여자는 멈춘 시간 속에 듣고 있고

내가 하는 말은 작은 시간 속을 흘러

큰 시간에서 어머니 시간 속으로 사라져 가고


문득

나는 하던 말을 멈추고

그 여자에게 가만히 귀 기울여 본다.

마치 그 여자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듯이

분명히, 무어라고 언뜻 언뜻 미약하게 중얼거리고 있다.

 

생사고락의 한 줄기에 대해,

혹은 심뇌 속 생리현상의 갖은 결과에 대해

혹은 무위자연의 도에 대해

혹은 비나 바람 또는 파도 소리에 실린 듯

알 수 없는 중얼거림의 불규칙한 메아리 음향으로

분명히, 무어라고 언뜻 언뜻 미약하게 중얼거리고 있다.


주의력의 피륙에 서서히 젖산이 배어들고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다시 귀를 돋세우고

거의 열성적으로 

계속 감응하고 흩모아 생각하면서 하던 말을 계속한다.

만인에 대한 연설처럼,

정석의 교훈처럼 

경전 속의 어김없는 계율처럼,

선문선답처럼 

끝없는 사랑과 헌신처럼

혹은 천상의 선율을 꿈꾸며 노래하듯이.


다시 얼마나 지났을까?

......

 

불현듯 내가 한 말이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기 시작할 무렵에

나는 내가 했던 말들을 듣기 위해 말을 멈추고

이제 나의 말을 듣기 시작한다.

신기하게도 이 메아리들은

그 여자가 언뜻 언뜻 미약하게 중얼거렸던 말들과 거의 똑같다.


때로 내키면 나는 고적히 말을 하고

그 여자는 멈춘 시간 속에 듣고 있고

그 여자에게 내가 하는 말은

시간을 따라 흘러가고 있고

시간은 스스로를 헤아리지 않는다.

(10:47pm 23. Dec, 2001 엘킴) -201110070238 최종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