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인생과 사랑 시

달과 십자가(The Moon and the Cross) -수정 중

imaginerNZ 2008. 6. 25. 22:36

달과 십자가(The Moon and the Cross)

 

조각난 달이 풍덩 떠 있다,

밤하늘 깊숙이 

혹은 어떤 다른 낯선 공간에.

 

별들이 듬성하다.

 

분잡한 도심의 밤거리에

원근없이 상하좌우로 네온의 십자가들이 서 있고

얼결에, 사슬갑옷에 말을 탄 십자군이 된다,

첨탑의 외곽에서.

 

가슴팍에 그려진 십자가를 따라 짐짓 성호를 그어본다,

있는 그 자리에.

 

이 곳에 구원은 언제 오는 걸까?

라는 의문의 메아리는 아득히 자취 없고

온갖 행위의 입김과 땀방울들이 생각에게 일제히

길을 돌아보지 말라

고 한다.

 

반낮으로 환한 밤거리에.

혹은 인생의 마차 위에서. 

 

생생히 살아 있는 것만이 유일한 현실이라고

지나치는 행인들은 발걸음으로

냅다 냅다 중얼거리는

듯하다.

 

도심의 콘크리트 한복판에서.

 

아니면

어느 모퉁이 버드나무집 옛가지에 말을 맨 채

역시나 냅다 냅다 들이키고 있다.

술은 떼어낼 수 없는 생래의 혹을 만지게 한다.

 

더 이상 웃지도 울지도 않는 동심 속에서. 

 

밤이 문득 괴괴해지고

거리는 마지막 불꽃인 양 타오르고 있고

어쨌거나,

우리는 거친 숨소리를 홀로 엿듣고 있다.

 

만감의 숲길 위에서.

 

사랑은 절로 절로 그리워하며

한 줄기 메아리를 아련히 날려 보내고 있다.

 

돌아오지 않을 일생 너머로.

(200806252208 엘리엇 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