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구도시·금언

꽃 앞에서

imaginerNZ 2007. 12. 19. 05:45

꽃 앞에서[In Front of a Flower]

 

꽃 앞에서

분리되지 않는 시선이 송두리째 죽고

시간은 순간을 향해 한없이 늘어지기 시작한다.

 

향기와 빛깔이 부드러운 손길로 한 송이 꽃을 조상(彫像)하며 

느리게 부풀어 가는 시간의 머리결에 뒤섞이며 증발하고

꿈꾸는 대지는 아득한 전자(電子)의 메아리에 나래를 접고 있다.

 

홀연히 사라질 듯 엷디 엷은 꽃잎들이

한없는 그리움에 소멸의 노래를 하느적이며

탄생의 전설, 그 뿌리 속으로 하나 둘 낙화하고 있다.

 

말들이 난데없이 소나기로 추락하고

생사지경을 되뇌이던 마음은

구도(求道)에 메말랐던 입술로 망각의 불멸을 아름답다 칭송하고 있다.

 

해의 머나먼 기억 속에 하늘을 푸르게 열며

세상이 쩌억 쩍 갈라지는 틈새로

꽃들이 하나 둘 피어나고 있다.

(200712190505 엘리엇 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