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동북아민족사

'아스카'라는 지명의 유래

imaginerNZ 2007. 11. 20. 01:02
아스카"라는 지명
우리가 흥이 겨울 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단어 중 " 아싸 "라는 것이 있다. 단순한 감탄사만은 아니 듯한데 무슨 뜻일까.

"삼국유사"의 고조선(古朝鮮)대목에 이 '아싸'의 원말인 듯싶은 '아사'가 나타난다. "위서"(魏書)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지금부터 2천 년 전에 단군 왕검이 있었는데 아사달(阿斯達)에 도읍을 정하고 나라를 세워 국호를 조선이라 불렀다.고(高)와 같은 시기였다......'

고조선 최초의 도읍지가 '아사달'이라는 것이다. '달'은 '산'의 옛말로 알려졌지만 '아사'는 무엇을 뜻하는 말일까.

우리니라 고대 지명을 연구해 온 이병선 교수에 따르면 '아사'는 '아침'인 동시에 '모(母)' '대(大)''왕(王)',그리고 '고을' 을 뜻했으므로 '아사달'은 '큰골' '왕도'등의 뜻이라 주장한다.

일본 옛 문헌을 추적해 보면 '아사' '아스' '아시' '애시'는 '아침' '내일'인 동시에 '맨 처음' '맨 끝' '맨 위' '최고' '최고 권력자'(특히 여성 권력자) 등을 뜻하는 낱말임을 알 수 있다. 고대 한국어인 동시에 고대 일본어다.

왜의 옛 도읍지 아스카도 아사달과 흡사한 뜻의 지명이다. '아스'라는 일본말은 내일을 칭한다. 그러나 고대에는 '다음날 아침'을 의미했다. '아침'을 뜻하는 일본말 '아사'와 비슷한 낱말이다.

한편 '카'는 '곳'의 옛 일본말이다. 곧 아스카는 '아침의 땅' '최초,최고의 고장'을 뜻하는 지명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한자로는 '명일향(明日香)' '비조(飛鳥)'의 두 갈래 표기법이 있다. 지명은 하나인데 한자 표기가 둘이다. '내일' 즉 '명일'은 일본말로 '아스'다. 그리고 香의 일본식 새김은 '카'이다. 따라서 '아스카'라 읽히는 한자 '明日香'으로 '아스카'라는 지명을 나타낸 것이다. 여기 까지는 알 수 있다. 그러나 '飛鳥'를 아스카라 읽는 것은 아무래도 이해하기 어렵다. 일본식 한자의 음독,훈독을 총동원해도 飛鳥는 아스카라고 읽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서기 713년 이전의 일본 고대 지명 중엔 순수한 한자어 이름은 거의 없다. 대부분 당시의 옛말을 빌려 표기한 이두체 지명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713년에 '뜻이 좋은 한자'로 일본 각지의 지명을 고치도록 한 호자(好字) 개정령을 내려 이 때부터 한자어 지명이 대폭 생겼다. 아스카를 왕도로 삼은 시기는 그보다 훨씬 전의 일이다.

그럼 飛鳥를 우리 이두식으로 읽어 보자. 飛라는 한자의 새김은 '날'이다. 그리고 鳥의 새김은 새, 두 자를 합치면 '날새', 밤이 가고 날이 새는 것을 말하는 낱말이다.

날이 새면 대지는 아침을 맞이한다. 그러니 '날새' 즉 飛鳥와 '아침의 땅' 즉 '明日香'은 한뜻의 낱말이라 할 수 있다. 飛鳥도 아스카 明日香도 아스카로 읽는 연유가 이것이다. 우리말을 모르고는 도저히 지을 수도 풀 수도 없는 문학적인 이름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아스카 마을을 최초로 개척한 집단이 우리 나라에서 건너간 우리 조상들이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아스카 마을 근처에 가야마모리 마을에 이른다. 또 가야나루미 신사가 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서낭당으로 물과 무쇠를 다스리는 신을 모신다. 마을 이름인 '가야노모리'의 가야나, 신사 이름인 '가야나루미'의 가야는 모두 '가야(伽耶)'를 뜻한다. 가야계 도래인 집단니 살던 마을이다. '나루'는 '강'을 가르키는 우리말 '나루'는 바로 그대로다. '미'는 '물'의 우리 옛말. '가야나루미'란 가야 나루(伽耶川)의 물을 뜻하는 우리의 옛말임을 알 수 있다.

아스카는 놀랄 만큼 가야와 고구려색이 짙은 도읍이다. 가야와 고구려의 관련을 푸는 열쇠는 이 '아침의 땅' 아스카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