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만 한 그루 나무가 되고 싶다(I Wanna Be A Tree Alone)-퇴고 중
나는 다만 한 그루 나무가 되고 싶다,
언제나처럼 적막히 위태로운 이 시간성 속에.
바람이 쓸어 주는 잎새의 머리결 풀어헤치며
할 수만 있다면 노래 한 곡조 부르고 싶다.
이 팔뚝 위로 날아든 새의 부리로
마치 제 심장을 쪼아대듯 부르는 노래를
태극의 고요 속에 부르고 싶다.
해와 달이 지켜보고
바람에 구름이 전해주고 기억할,
지금이 꿈이 아니라면
아니, 설령 기억을 넘나드는 꿈이라 해도
멈춘 꿈의 발치 아래 그 곡조 모조리 떨군다 해도
다만 현재에 흐르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
한 소절도 망설이거나 회한에 빠지지 않을,
새가 떠난 빈 가지의
말 할 수 없는 표정만으로라도
그 어떤 노래를 부르고 싶다.
가슴 속 애타래 풀어 헤치며
지상에서 천상으로 애틋이 나아가는.
설레임에 치솟아 창공에 떠도는
붕새의 거대한 나래가
이 좁은 시야에 멈추기 직전,
한 그루 고목의 고적한 모습으로 노래하고 싶다.
아무도 없는 외딴 곳에서
더 이상 서로 바라보고 있지 않아도 될
나는 다만 한 그루 나무로 서 있고 싶다.
(200711180959 엘리엇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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