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구도시·금언

나는 다만 한 그루 나무가 되고 싶다-퇴고 중

imaginerNZ 2007. 11. 18. 22:05

 

 

 

 

 

나는 다만 한 그루 나무가 되고 싶다(I Wanna Be A Tree Alone)-퇴고 중

 

나는 다만 한 그루 나무가 되고 싶다,

언제나처럼 적막히 위태로운 이 시간성 속에.

바람이 쓸어 주는 잎새의 머리결 풀어헤치며

할 수만 있다면 노래 한 곡조 부르고 싶다.

 

이 팔뚝 위로 날아든 새의 부리로

마치 제 심장을 쪼아대듯 부르는 노래를

태극의 고요 속에 부르고 싶다.

해와 달이 지켜보고

바람에 구름이 전해주고 기억할,

 

지금이 꿈이 아니라면

아니, 설령 기억을 넘나드는 꿈이라 해도

멈춘 꿈의 발치 아래 그 곡조 모조리 떨군다 해도

다만 현재에 흐르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

한 소절도 망설이거나 회한에 빠지지 않을,

 

새가 떠난 빈 가지의

말 할 수 없는 표정만으로라도

그 어떤 노래를 부르고 싶다.

가슴 속 애타래 풀어 헤치며

지상에서 천상으로 애틋이 나아가는.

 

설레임에 치솟아 창공에 떠도는

붕새의 거대한 나래가

이 좁은 시야에 멈추기 직전,

한 그루 고목의 고적한 모습으로 노래하고 싶다.  

 

아무도 없는 외딴 곳에서

더 이상 서로 바라보고 있지 않아도 될

나는 다만 한 그루 나무로 서 있고 싶다.

(200711180959 엘리엇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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