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구도시·금언

종교의 출발점(A Starting Point of Religion)-수정

imaginerNZ 2008. 1. 31. 18:02

 

 뉴질랜드 북섬의 북부, Bay of Islands의 어느 해변에 곶

 

 

 

 

 

종교의 출발점(A Starting Point of Religion)

 

사람의 마음에는 자연질서가 있다.

 

어떤 종교는 자연질서적인 면에서 인간의 마음에 대한 온전한 이해가 부족하다.

누군가가 만인을 사랑하라 교세했을 때,

만인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나는 만인을 사랑한다'라 되뇌이며,

자기세뇌와 자기암시와 자기위안을 끊임없이 하거나,

위장된 사랑을 할 수도 있는 것이 대중의 속성이다.

 

인류를 하나로 여기고 사람들을 살펴볼 때,

사람은 대체로 천성적으로 왜곡되거나 경직되거나 흔들리는 사고와 그에 따른 언행을 한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간적 편향성이다.

이 점을 정확히 성찰하여 윤리적으로 올바른 삶에 적합한 방식과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

사람이 서로 사랑하며 더불어 살게 하는 종교의 의무이다

그런 종교가 사람의 마음을 구원하는 참종교라 할 수 있다.

 

처음부터'만인을사랑하라'고 말할 실천적 근거는 자족적이지 않다.

만일 그러기를 대중에게 권면하면

성선설이 진리가 아닌 한 그 순간부터 많은 대중은 엇나가기 시작한다.

듣는 그 자리에서부터 서서히 갈등이 싹트기 시작하고

상황이 악화되면 목숨을 건 투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 만인을 사랑하라는 말의 메아리는

현실에 매인 사람들의 머리 위를 스치고 멀리 사라지는 메아리가 되기 쉽다.

종교는 종교가 이루는 많은 사람들의 선인화 못지 않게

그만큼, 어쩌면 그 이상의 위선도 배태하게 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종교적 사랑은 '사랑하라'는 말씀에 중독되지도 면역되지도 않고

자기성찰을 통해 마음을 비우고

마음의 빈터 속에서 밖으로 틔어나오는 사랑의 싹을 바라보며

떡잎이 되고 줄기를 세우고 꽃을 피우고 마침내 열매 맺기까지 정성껏 키우는 일이다.

그러한 맑은 생명감을 스스로 체득하는 마음의 자연스런 과정에서

나와 너의 분화가 지워지며 일체적 화합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만인을 사랑하라'는 가르침은

보통사람들에게는 사실상 벅찬 수행과제에 해당한다.

아무리 바르고 착한 아이도 과중한 숙제 앞에서는

편법을 쓰거나 거짓을 하거나 때로 반발하거나 때로 좌절하여 타락할 수 있다.

이렇듯이 종교적 명제로서의 사랑은

정도의 차이로 대부분의 개개인에게 궁극적 사랑에 대한 감성의 갈등을 일으키며

이어서 사랑에 대해 나름대로의 생각과 느낌에 크게 의존하게 한다.

경전의 순수한 의도와 순수한 해석을 떠나서-.

 

그 결과로 '현실적으로 손해 보지 않는 사랑'이 대량으로 위조생산될 수도 있다.

그리고 사람의 언행의 결과는 현실적으로 선만 낳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선을 때로는 악을 또 때로는 뒤섞인 선악을 낳게 되어 있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선 또는 악을 낳지 않을 수 없다.

윤리적인 관점에서

아무리 선과 악이 원리적이고 도식적인 이분법이라 해도

이 둘 사이에 경계의 여백이나 선과 악이 모두 없는 여분의 영역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엄연한 현실이며 현실의 대지를 딛고 살아가는 대중에게

만인을 사랑하라는 말은 부분적으로 비현실적일 수 있다.

왜냐하면 대중은 눈 앞에 닥친 현실을 최우선시하며

그런 점에서 대중은 현실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현실의 지략적인 동물인 사람들에게 만인을 사랑하라고 가르치는 상황을 생각해 보라.

이 말을 하는 때부터 현실의 상황은

이 말 이전보다 더 복잡다단하여 애매해지고

그런 상황에 처한 인간들 중 다수는

더 교묘하고 더 은밀해지며,

더 가장하고 더 합리화하거나,

혹은 더 정색하고 더 맹입하며,

더 경전을 앞세우며,

더욱 더 신을 침묵시킨다.

그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오늘날의 종교인들을 냉철히 바라보면

우리는 바로 우리 눈 앞에서 생생한 현실을 깨닫게 된다.

현실을 감내할 수 있는 것은 현실뿐이며 그런 현실 속에서 '종교는 타협'이다.

 

결국, 모든 종교적 교리는 자기수행의 실천에서 출발해야 한다.

인간본성과 공통심과 언행에 대한 성찰을 통한 이론적인 교리화가 아니라,

인간정서의 처음부터 자신의 마음을 흔들림 없이 끊임없이 가꾸며

나아가 모든 것을 사랑하고 실천하라고 말하는 것이 인간에게 합당하다.

그것이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마음의 자연질서다.

 

그것만이 삶에 오직 하나 진실의 길이자 빛이라 믿는다.

(200801310602 엘리엇 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