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신작(2011년11월7일~)

한국식 아줌마들에게 -수정(20120306)

imaginerNZ 2012. 3. 6. 13:56

한국식 아줌마들에게

내가 한국식 아줌마들에 대해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게 몇 가지 있다.

한국식 아줌마들은 시를 써서는 안 된다.

써봐야 어줍잖은 일상잡기나 넋두리에 불과할 터이니.

 

만일 이땅에서 어떤 기혼여성이 인류역사상 뛰어난 시를 쓴다면

그 여성은 일평생 한국식 아줌마다웠던 적이 없는 사람일 것임을 확언한다.

그리고 현 시대에 그런 여성이 있을 현실적 가능성은 아직까지는 거의 O다.

물론 아줌마로서 인류사상 재능을 인정받는 여시인이 될 가능성은 현 한국사회에도 더러 있으나

그런 잠재적 여시인들에게 우리 시대의 사회는 '아줌마'라는 질곡 그 자체로 작용한다.

그 질곡은 극복의지의 표상이라기보다는 벗어버릴 수 없는 시대적 제약에 훨씬 더 가깝다.

그래서 잠재적 위대성을 지닌 여성 시인들의 재능에

현시대의 이름으로 미리 안타까운 조의를 표한다.

그러나 향후에 한국사회가 이 유라시아 맹장돌기에 산골짜기에 시장바닥을 벗어나 보다 더 성숙하게 될 시기에 그럴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그리고 한국식 아줌마들에 대해 두 번째로 확언하고 싶은 것은

말 그대로 '더는 할 말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식 아줌마들에게 세 번째로 하고 싶은 말은

그들이 '이 지구상에 어떤 나라의 어머니들보다 더 지혜롭고 위대한 어머니였다'는 점이다.

한국의 눈부신 발전은 한국 어머니들의 목숨까지 건 지극정성의 자식교육 때문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썩 내키지 않는 읍소를 하나 한다면,

베토벤의 음악을 듣거나 고호의 그림을 감상할 때 조용한 건 좋으나

다른 사람이 있는 장소에서는 시끄럽지 않았으면 한다.

그대들이 신으로부터 우주 시공간의 일부를 잘라내어 세를 얻은 건 아니지 않느뇨?

특히 음식점에서 만큼은 제발~.

언제나 그렇듯 음식점에서 혼자 밥을 먹다 장시간 자리잡은 아줌마들의 수다가 귀 따가울 정도로 시끄러워

숟갈을 내려놓고 나간 적이 몇 번 있었고 나로서는 그게 여간 불쾌하고 불만스러운 게 아니다.

나도 사람인지라, 때로는 나도 모르게 울컥하고 화가 치밀어 오를 때도 있다.

점심때도 휠씬 지난 3시 전후에 첫끼니를 때우는데 그 시간대를 선호하는 아줌마들과 이따금 마주치는 것이

내 입장에서는 그 하루의 가혹한 운명처럼 느껴지기에 해보는 말이다.

 

집안에서 지아비 챙기고 자식 낳고 키우고 살림하며 눈코뜰새없이

이세상에서 가장 바쁜 시집살이 하느라 없는 시간 쪼개어

밖에서 친구들 만나 마음껏 스트레스 푸는 걸 말릴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단지 나는 왁자지껄한 목소리의 크기와 빈도수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있다.

해결책은 한 가지다. 비좁아 소리가 울리는 사각공간에서는 톤을 낮춰 점잖게 토킹하고

답답함을 풀 넉넉한 시간이 있으면 무조건 야외로 나가라는 거다.

거기에서 데시벨을 맘껏 올린다고 저어기 논에서 김 매는 어르신들이 쫓아와서 시끄럽다고 야단치지는 않을 것이니.

 

올해에는 아줌마들이 별로 안 가는 조용한 골목길 안에 있는 음식점을 지정해야겠다.

음식맛은 자극성이 없고 조미료 안 치고 재료맛을 살린 담백한 맛이면 좋겠다.

어차피 음식을 제대로 즐기러 가는 것은 아니니.

(201102140904pm 엘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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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줌마들'이 아니라 '한국식 아줌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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