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횡설수설

자아연습-1(철)

imaginerNZ 2010. 7. 3. 15:39

어떤 나

A Certain 'I'

 
'나'는 철이 없다
뇌속에서 앎의 이가 설설 기어다니며
뇌수를 빨아 먹고 거기에 안주할 때나
흉곽의 성채 안에 정감의 곡물을 넣어 빻는 절구질에도
무덤덤하다
 
'나'의 차림새는 철을 모른다
자신이 살기에 분주한 와중에도
보다 못한 나머지 누군가가 지나치듯 말한다
"덮지 않으세요?" 혹은 "춥지 않으세요?"
 
(그렇다고 '기후는 삶의조건에 불과하다'라 말하는 건
내딴에도 바보 같다)
 
'나'는 말이 없다
'나'는 웃거나 울거나
환호작약하거나 비통애절해하지 않는다
 
'나'는 실이 없다
뭔 인생에 무슨 일들이 벌어지는지 모른 채
가끔 아이들에게 철없는 얘기를 한다
 
'나'는 마주치는 사람들을 모르나 벗들을 애틋이 사랑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들은 역사의 규정 속에 묻혀 살고 있다
 
'나'는 모두의 사랑을 느끼나
제때 실천하지 못하고
다만 그리움에 까마아득히 차 있을 뿐이다
 
정말 어쩔 수 없이 '나'는 철이 없다
(201007030325엘리엇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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