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횡설수설

횡설수설-a

imaginerNZ 2008. 4. 10. 04:02

횡설수설-a

 

해는 익을 만큼 너무 가까웠고

밤은 어둡고 고요하다

 

은하의 향연 중에

들리지 않는 소리와

보이지 않는 빛깔과

느낄 수 없는 춤을 추는

밤은 밤 같지 않다

 

먼동과 노을 사이에서

삶의 긍정과 부정은 편집증 환자처럼

돌이키지 않을 마음의 고개짓을 연신 끄덕이고 있다.

 

술?

 

술은 우리가 그리워하고 있음을 입증하지 않는다

다만 적어도 현실을 잠시 떠나

한 마리의 해로 충천하게 한다

생명은 한 마리뿐.

 

휘청거리던 생명의 기억이 일시망각에 구제받고 있고

삶이 순간의 잿빛 망또를 걸치고 있는 모습에

모든 영혼의 목은 저마다 긴 흉내로 짖고 있다 

 

 그것뿐이라고 잠시 말해 보자

그것뿐이라고

그리고 그자리에서

인간이 아닌 무엇이라도 되어볼까?

생물이 아닌 무엇이라도,

 

무엇이 존재하지 않기까지

다만 별이 되는 꿈을 꾸어볼까?

 

아무리 현묘하다해도

글은 정말 불필요했다

모든 인생이 소멸하고 있는 광경을 바라본다.

인류의 멸종은 세계를 뒤집을만큼 거대한 재앙은 아니다.

다만 한갓 지나가고 사라질 사건,

[그런 지극히 사소한 먼지 알갱이에 대해 신경 쓰기에는

신은 너무 거대하고 무상하여 평온하다.

어떤 인간이든 일평생을 기도해도

신은 손을 내미는 법이 없고

시간과 공간이 일체에 미치게 하였을 뿐.

기도는 무릎걸음으로 신의 발치에 다가가 경배하는 것이다.]

 

 

부활?

 

아이들은

혹은 어떤 아이는 이따금

경악히 생명을 애처로워하고

물기어린 눈에 크게 겹숨을 들이켜며

말없이

일시에

자연을 바라본다

 

어린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어른이 되지 않는다

사냥할 만큼 성장한 맹수에 자처하여 잡히기까지

 

자, 이제 떠나자,

말라르메의 부풀어 오른 하얀 돛의 바다로?

아니,

세계의 지붕으로,

소박한 행장에 마음에 구도를 품고

서리진 꿈을 맺으러!

 

자, 어쨌든 이제 돌아갈 때가 다가오고 있다,

삶의 고뇌도 여유도 마음에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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