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구도시·금언

소나무 숲 속 길(A path in the pine forest)

imaginerNZ 2008. 1. 5. 17:16


십장생의 솔숲 속을 걷는다
발바닥으로 다져진 좁고 긴 오솔길 따라
 
오직 생생한 직감에
원시의 숨결을 몰아쉴 때
말은 메아리의 꼬리를 잃는다
 
근처 어딘가에
반감의 뱀이 한 마리쯤 똬리를 틀고 있고
골짜기에 무겁게 내려앉은 정적을 뒤채며
잠결에 시냇물이 나즈막이 중얼거리고 있다
 
고요의 어미가 어데선가
고요의 새끼를 낳고 있고
여기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다
흔한 사랑도, 역사마저도
 
사람이 없는 숲 속을 걸으면
[한껏] 문명은 사라지고 길은 [외로이] 남는다
(200801050508 엘리엇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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